[뒤끝작렬]동업자 정신이 아쉬운 한국야구와 한국정치

승리 지상주의가 만든 한국야구와 한국정치의 후진적 모습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SBS스포츠 방송중계 화면캡처)
◇ 상대선수를 배려하지 않는 최선의 플레이는 없다

3일 프로야구 경기가 끝날 즈음에 포털사이트에 두산베어스 고영민 선수의 이름이 떠올랐다. 2루수 고영민 선수의 거친 수비 장면 때문이다.

두산베어스와 넥센히어로즈와의 경기 관련기사에는 예외없이 고영민 선수의 거친 플레이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고 일부 두산팬들 조차 미안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회초 넥센 공격. 스나이더 선수가 안타를 치고 2루를 향해 내달렸다. 2루수인 고영민은 베이스를 완전히 가로막은 채 슬라이딩해 들어오는 스나이더 선수를 블로킹했다. 충분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자칫 잘못됐으면 스나이더 선수가 발목 부상을 입을 뻔했고 스나이더 선수가 미리 발을 빼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고영민 선수가 정강이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고영민 선수의 위험천만 수비는 8회초에도 나왔다. 넥센 대주자 유재신 선수의 2루 도루 때 고영민 선수의 발은 태그를 시도하는 유재신 선수의 왼쪽팔을 짓밟았다.

네티즌들은 살인블로킹이라고 비난했다. 두산 출신인 해설자까지 고영민 선수의 위험한 플레이를 지적하며 비판했다.

야구선수가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거친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동업자 정신이다.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상대선수가 부상을 입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플레이하는게 동업자 정신이다.

고영민 선수는 올시즌초에도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사상 최초로 200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운 넥센 서건창 선수의 발을 걸어 서건창 선수의 인대가 파열돼 두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한 사건의 당사자다.

고영민 선수가 고의로 그렇게했는지 수비가 서툴러서 그랬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경기에 집중한 나머지 무의식중에 나온 모습일 수도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미덕이지만 상대를 배려해가며 한다면 승패를 떠나 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료사진)
◇ 한국정치에 동업자정신은 영원한 희망고문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6월25일 국무회의 발언은 한국정치사에 길이 남을 어록이 될 것이다.

'배신의 정치'라는 용어를 특정인을 겨냥해 이렇게 적나라하고 신랄하게 날린 정치인은 없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여권은 친박과 비박의 대치선이 더욱 강렬해지면서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당청 간에 협의되야할 민생현안도 내팽개쳐졌다.

야당은 여당 탓하며 자신들의 내분을 애써 감추려하지만 6일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폐기 수순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친노와 비노 간의 갈등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배신의 정치보다 더한 아예 딴살림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 상황이다. 여의도 정치는 사실상 실종상태다.

배신의 정치의 또다른 반대적 표현은 상생의 정치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는 누구보다 끈끈한 동업자 관계였다. 그러나 지금은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완전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압박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또 한번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을 남기며 버티고 있다.

최고위원회에서는 최고위원이 같은 당 지도부 인사인 유승민 원내대표의 면전에서 '빨리 나가라'라고 아픈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이 말을 들은 당 대표 비서실장은 직선으로 선출된 당 최고지위원에게 '개OO'라고 육두문자까지 날리는 상황이다.

상생은 없다. 여야 간에는 고사하고 같은 당내에서조차 동업자정신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정치적 이해와 정략만 있을 뿐이다. 이같은 정치문화는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승리지상주의 때문이다.

베이스를 향해 달리는 상대선수에게 살인적인 블로킹으로 응하는 야구선수나 상대 정치인에게 정치생명을 내놓으라고 버젓이 요구하는 정치문화에 동업자 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부터 영원한 희망고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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