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종걸 '가깝고도 먼 당신'

형식적으로 화해했지만 당직인선 신경전 여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우)와 이종걸 원내대표(좌)
새정치민주연합 투톱인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간 관계가 묘하다.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놓으며 갈등을 빚었던 두사람이 형식적으로 화해를 했지만 속으론 여전히 불편한 모습이다.

지난 2일 심야회동을 계기로 이 원내대표가 당무에 복귀했지만, 화학적 화해는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두사람이 5시간 가까이 회동을 한 사실은 두 사람의 심리적 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도대체 그 시간동안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심야회동은 자신이 김동철 의원을 추천했지만 문 대표가 약속과 달리 이를 수용하지 않고 말을 바꿨다는 이 원내대표의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문 대표의 해명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직후 김성수 대변인은 "문 대표는 당직 인선 등 당무 운영 전반에 대해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과 원만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결과를 공개했다.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책위 의장 등 당직 인선이 관계 설정을 좌우할 변수다.

현재 비노 측에선 직·간접적으로 최재천 의원을 추천한 상태다.

정책위 의장 자리는 대표가 임명권자라며 비노 측의 요구에 부정적이던 문 대표측 입장은 적잖게 바뀌었다.

한 당직자는 7일 "문 대표가 정책위 의장 자리에 대해 비노측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했다. 정책위 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이 맞아야 하는 자리라는 비노 측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문 대표 측은 현재 당 정책위 의장인 강기정 의원에게 국회 공적연금 특위 위원장 외에 당대표 특보 자리 등을 제안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문 대표가 그렇지만 쉽게 자리를 내주는 것도 아니다. 이 당직자는 "아직 이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다"며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표 측이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것은 비노 측이 '무리하게' 당직을 요구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비노 측이 요구하는 다른 핵심 당직인 조직사무부총장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기 위한 전략도 작용했다.

이 때문에 비노 측 인사는 "문 대표가 진짜 탕평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이상한 논리를 대며 시간을 끌고 있다. 탕평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제가 최재천 의원을 직접 거론한 적이 없다"며 "문 대표에게는 편향된 인사는 문 대표나 당을 위해서 좋지 않다는 원칙론적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책위의장과 조직부총장이 탕평의 상징이 될 수 있다"면서 "문 대표가 잘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투톱간의 신경전으로 당직 인선이 지연되는 데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여당에선 별 탈없이 쉽게 풀었던 당직 인선을 놓고 장기간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원외 486그룹 인사는 "문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과감하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다른 당내 인사는 "당직 인선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저렇게 해결하지 못하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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