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의 투수 키우기 "마음껏 던져라, 교체는 내가 해준다"

넥센의 두 유망주 투수 김택형(왼쪽)과 김동준. (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넥센 염경엽 감독은 부임 후 2년 동안 한현희, 조상우라는 정상급 불펜을 차례로 키워냈다.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었다. 편안한 상황에 올려서 부담을 덜어주는 식이었다. "좋은 기억만 심어주려 했다"는 것이 염경엽 감독의 설명이다. 덕분에 2013년에는 한현희를 위해 마무리 손승락이 희생했고, 지난해에는 손승락과 한현희가 조상우를 도왔다.

올해도 두 명의 젊은 투수를 키우고 있다. 바로 김택형과 김동준이다.

김택형은 15경기(선발 5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6.08, 김동준은 17경기(선발 5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4.75를 기록 중이다.


이번에도 키우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향후 선발 자원으로 분류했기에 한현희, 조상우의 경우와 달리 나쁜 기억도 심어줄 수밖에 없다는 점. 대신 "마음껏 던지라"는 말로 1~2년차 젊은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1~2년차에게 뭔가 바라기보다는 그저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라면서 "그들이 할 일은 올라가서 던지는 것이다. 자기가 가진 공을 던지고, 빼는 것은 내가 하면 된다. 경험을 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점수를 주고 아쉬워하는 것은 욕심이다. 욕심을 버리고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라'는 숙제를 하면 된다. 잘 하려고 하기보다는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팀 입장에서도 되면 좋고, 안 되도 당연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다. 이들에게 당장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대신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던지고, 상황에 따라 맞기 전에 또는 실컷 맞고 나서 교체하면서 기량을 키워주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다.

염경엽 감독은 "최대한 즐겁게 하라고 말한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위치가 아니다.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기억하고 과정만 잘 이어간다면 갈 수록 좋아질 투수들"이라면서 "내가 빼준다. 필요하면 박살도 나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현희, 조상우의 성장을 위해 손승락이 필요했다면 김택형, 김동준의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길 경기 잡기'다. 쉽게 말해 앤디 밴 헤켄, 라이언 피어밴드, 한현희가 나오는 경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염경엽 감독은 "밴 헤켄과 피어밴드가 나가는 경기는 선수들에게도 꼭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한 주에 3승을 할 수 있다. 나머지가 잘 되면 4승 이상도 가능하다"면서 "로테이션을 돌다보면 승운이 따르는 선수가 있다. 한현희는 평균자책점이 5점대인데 8승이다. 한현희 경기도 잡아줘야 위닝 시리즈로 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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