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 보이스피싱 사기단이었다"

"취업으로 꾀어 나를 끌고간 곳은 허름한 골방"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전직 보이스피싱 사기단)

오늘 이 시간에는 한 20대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월 중국에서 합법적인 일로 돈을 벌어보지 않겠냐라는 제안을 받고 중국으로 향했던 이 청년, 그런데 중국에 가보니, 보이스피싱 일당의 조직원으로서 텔레마케터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고 합니다. 두 달 만에 가까스로 탈출 했다는 당사자와 전화 연결해 보겠습니다. 신변 보호를 위해서 음성변조로 진행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먼저 중국에는 어떻게 가시게 된 건가요?

◆ ○○○> 지인이 소개해줘서 만난 사람이었는데요. 대박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해서... 그 얘기를 듣고 제가 그땐 일하는 것도 없었고해서 돈이 필요해 따라가게 됐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구직 중에 좋은 제안을 받고 일을 하러 중국에 가신 거군요.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다고 말했었나요?

◆ ○○○> 한 달에 많게는 1000만원도 벌 수 있다고 말했었어요. 한 500에서 1000만원 사이 정도는 벌 수 있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최소 5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했다? 굉장히 유혹적인 그런 제안이었네요. 그런데 무슨 일을 하면 된다고 말을 했었습니까? 보이스피싱이란건 전혀 모르고 가셨던 건가요?

◆ ○○○> 그냥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해서 갔었어요. 정확하게는 잘 몰랐고요. 중국이나 해외로 진출하면 좋은 기회가 많이 있단 말을 듣고서 그 말만 믿고 따라가게 된 거예요.

◇ 박재홍> 중국에 도착하니 상황이 어떤가요?

◆ ○○○> 처음에 허름한 주택가에 가니까 전화기 몇 대가 있더라고요. 여기에서 전화로 고객 상담해 주는 일만 하면 된다고 하길래 거기서부터 의심을 하기 시작했죠.

◇ 박재홍> 보이스피싱을 하는 매뉴얼이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가보니까 그런 것도 있었습니까?

◆ ○○○> 매뉴얼도 있었고요. 적혀져 있던 멘트 같은 것도 나눠주고 했었어요.

◇ 박재홍> 그런 교육도 따로 시키던가요?

◆ ○○○> 전화를 해서 거기 적혀져 있는 대로만 읽으라고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 박재홍> 어떤 식의 멘트가 있었나요?

◆ ○○○> 강압적으로 얘기를 하라 그랬고요. ‘검찰청이다.’ 그리고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이 되었으니 우리에게 협조를 해라.’ 그런 식의 내용이 적혀져 있었어요.

◇ 박재홍> 전화를 걸 때 리스트를 받으셨을 거 아니예요? 그 리스트엔 어떤 내용들이 있던가요?

◆ ○○○> 이름이라든지 주민등록번호라든지 살고 있는 주소,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었어요.

◇ 박재홍> 정보가 몇 명 정도 분량이 있었나요?

◆ ○○○> 몇 명 정도가 아니고요. 그냥 끊임없이 계속 나왔어요.

◇ 박재홍> 대사가 이미 마련됐다고 하셨는데, 교육을 하는 조직원도 있었습니까?

◆ ○○○> 먼저 있었던 사람들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그 정도만 간단하게 얘기해주었고요. 전화를 안하면 ‘왜 전화를 못하고 있냐’, ‘전화기를 빨리 들어라’, ‘전화를 해라’ 그랬었고요.

◇ 박재홍> 말씀을 들어보니 강압적인 분위기도 있었던것 같군요?

◆ ○○○> 네, 있었어요. 말소리나 언성을 높이거나 왜 일을 안 하고 있냐고 빨리 전화를 하라고 재촉하거나 심지어는 물건을 집어던지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자료사진


◇ 박재홍> 아,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전화를 빨리 해라’라고요? 그러면 한국에 계실 때 이런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해서 알고 계셨을 거고 양심상으로도 힘드셨을 것 같아요? 심정이 어떠셨나요?

◆ ○○○> 죄책감에 많이 시달렸고요. 일을 시켜도 제가 제대로 하지 않았어요. 제가 전화를 안 하고 그러다보니, (트러블이 생겨서) 생활이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 박재홍> 돈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유혹을 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돈은 제대로 받으셨어요?

◆ ○○○> 아니요, 돈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고요. 일주일에 중국 돈으로 200원, 300원 정도 주는데, 그마저도 같이 있던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그 돈을 관리를 했어요. 주로 컵라면을 끓여 먹거나 했고요. 저한테 직접적으로 따로 현금을 주거나 그런 식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개인에게 돈이 주어진 적은 없고, 팀별로 중국 돈 200원, 300원을 받았다? 이게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죠?

◆ ○○○> 우리나라 돈으로 약 5만원 정도 됐었어요.


◇ 박재홍> 5만원 정도 주고 일주일간 팀끼리 살라는 거였군요. 중국에 막상 가셔서 ‘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라고 눈치를 채셨잖아요. 떠나야겠단 생각이 드셨을 것 같은데, 왜 바로 못 나오셨던 건가요?

◆ ○○○> 티켓을 왕복으로 끊어준 것도 아니고 편도로 끊어서 갔기 때문에요. 그 당시엔 제가 가진 돈이라든지 제가 당장 한국으로 떠날 수 있는 방법들이 없었어요. 또 제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큰돈을 벌겠다고 중국으로 왔는데, 그 당시에 '이러이러한 사무실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으니 한국으로 가게 비행기 표 좀 끊어 달라, 돈 좀 빌려달라'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 박재홍> 한국에 연락을 해 도움을 요청하기가 망설여졌던 상황이었군요. 어쨌든 무사히 그곳을 탈출하셨습니다. 탈출하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돌아오신 거예요?

◆ ○○○> 제가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아는 선배한테 연락을 해서 돈을 빌리고 비행기 표를 끊어줘서 오게 됐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조직단에서 탈출 사실을 알고 그쪽에서 쫓아온다거나 추적을 당하시지 않으셨어요?

◆ ○○○> 다시 연락이 왔는데, 제가 연락을 피하고 전화도 안 받았아요. 그런데 문자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다시 가서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게 됐던 거죠.

◇ 박재홍> 소개 해 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다시 중국에 와서 일을 하라고 말을 했을까요?

◆ ○○○> 제가 생각했을 때는 저를 생각했다기보다 단지 거기에 일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인간적인 면 없이 오로지 돈으로만 생각해서 저한테 전화를 걸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단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다시 오라는 전화를 했을 것이다?

◆ ○○○> 네.

◇ 박재홍> 어쨌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상한 전화를 받는 분들에게 이렇게 대응하면 된다라고 말씀해 주시고 싶은게 있으실까요?

◆ ○○○> 제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불시에 공공기관이라든지 어디서 전화가 온다고 하면 전화를 끊고 그 기관에 확인전화를 해 본 다음에 통화를 하면 예방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간혹 그런 전화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범죄단에서 '보복을 하겠다, 주소를 알고 있다'라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 ○○○> 제 생각엔 그 사람들은 보복을 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서, 한국에 와서 그러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대응을 안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 ○○○> 네, 대답을 안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조선족 보이스피싱 사기단에서 탈출한 20대 청년을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