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 다 아는데 혼자 '쉬쉬'…왜?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본격 추진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인수후보군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임에도 당사자인 홈플러스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공식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9일 서울 강남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에게 테스코는 투명한 매각과 고용보장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 측이 매각 설에 대해 '루머'라고 일축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의 홈플러스 M&A(인수합병)는 공공연한 이슈다. 홈플러스 매각주관사인 HSBC는 지난달 12일 비밀유지확약서에 서명한 인수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를 발송했다.

MBK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등 4곳의 사모펀드가 적격인수후보에 선정되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윤곽도 잡히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가 매각을 투명하게 진행하라는 요구를 세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후보군이 하나같이 사모펀드기 때문이다. 사모펀드가 저평가된 기업을 사서 기업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전략을 취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각은 곧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김기완 노조위원장은 "시장이 모두 다 아는 매각에 대해 홈플러스가 쉬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든 잡음을 최소화시켜서 매각에서 높은 값을 유지하려는 시도"라며 "홈플러스 경영진이 매각 진행 상황을 모르는 것은 말이 안되고, 테스코 측으로부터 함구령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만약 실제 M&A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절차 상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니고, 따라서 '비밀 매각'이라는 노조 측 전제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우선협상자가 정해지는 시점에서는 공시를 해야 한다"며 "사실상 정해진 게 없다해도 과언이 아닌 시점인데 IB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에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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