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임대료와 물가 상승,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등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무리 임대차 보호법이 있어도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죠. 세입자 입장에선 임대료 부분에서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20년 동안 호프집을 운영한 김모(51)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아니다.
해마다 심해지는 불황에 손님은 계속 줄지만, 한 달 매출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우 한 달 매출 중 임대료 비중은 30%. 게다가 임대료가 매년 10%씩 오르고 있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면에 월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2명의 인건비는 사실상 동결과 다름없다.
김씨는 "현재 아르바이트 직원의 시급을 5800원과 6000원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도 적진 않지만 이미 내년도 최저인금 수준을 지급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치솟는 원재료 가격도 중소상인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종로구 혜화동에서 3년 동안 커피숍을 운영한 이모(56·여)씨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물가 안정이다. 그는 카페에서 많이 사용하는 계란과 우유 가격의 폭등 때문에 큰 시름을 앓고 있다.
계란 1판은 지난해 6500원에서 올해 7000원으로 올랐고, 우유도 1리터(ℓ)가 1500원에서 2000원으로 각 500원씩 올랐다.
이씨는 "작년부터 계란과 우유값이 많이 올라 부담이다"며 "한 달에 가장 많이 나가는 비용이 이런 재료비이기 때문에 물가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씨와 이씨는 또 2% 가량의 카드수수료 역시 가게 운영의 큰 부담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모든 손님이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쌓인 카드수수료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다. 대기업은 대량생산한 제품을 값싸게 시장에 내놓기 때문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10년 동안 대학로에서 악세사리를 판매해 온 이모(41·여)씨의 걱정도 여기에 있다.
고급 재료를 사용해 직접 손으로 악세사리를 만들며 좋은 제품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지만, 최근 인근의 빵집이 대기업 브랜드에 밀려 문을 닫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기업은 중국에서 값싼 재료로 대량 생산한 제품을 큰 매장에서 폭탄 투하하는 듯 판다"며 "한 매장이 자리를 잡으면 우후죽순으로 다른 매장까지 생기기 때문에 작은 가게는 타격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정부 차원의 소상공인 지원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최저임금은 올리고 그에 따른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완화시킬 것인지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며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