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광한 씨의 아내 최경순 씨는 참았던 눈물을 끝내 흘렸다.
지난 9일 '원조 오빠' DJ 김광한 씨가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9세.
고인은 지난 6일 심장마비로 쓰러져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 뒤로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다 9일 오후 9시 37분께 세상을 떠났다.
빈소에서 만난 아내 최 씨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건강한 편이었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는 평소 심장질환이 있다고 보도됐지만, 죽음에 이를 정도로 건강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평소에 심장질환이 있기는 했지만 수련을 해서 몸이 많이 건강했어요.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는 건데, 덕분에 복용하던 혈압약도 끊었고요. 그래서인지 자기 건강을 과신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제 책임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습니다."
고인은 1980~1990년대 이종환, 김기덕과 함께 '3대 DJ'로 활약했다. '팝스 다이얼', '추억의 골든 팝스'를 통해 1980∼1990년대를 풍미했다.
특히 구수하면서도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성과 진행 솜씨, 팝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밤 시간대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아,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닐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본인이 해 온 활동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참 감사하게 생각했고요. 본인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준비하는 것도 있었는데 이렇게 되니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이 기억해주고 사랑해주시니… 제가 대신 감사 드립니다."
최 씨는 남편에 대해 "음악밖에 몰랐던 순수한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불의나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은 어떤 경우에든 노(NO)하는 게 있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음악만 좋아했고 음악만 사랑했고, 아이같이 순진했어요."
이러한 모습이 한편으로는 고집으로 비쳐져 자신과 "많이 충돌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고집마저 그립다"는 게 최 씨의 심경이다.
"고집이 있어서 저하고도 많이 충돌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고집마저 그립네요. (침묵, 눈물) 제가 이렇게 울면 안 되는데."
고인에 대해 이야기하던 최 씨는 갑작스레 눈물이 쏟아져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마음을 가다듬더니 "늘 말로는 나보다 오래 살아서 나 보내고 자기가 그 다음에 가겠다고 말한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약속을 어긴 것이 너무 미워요. 나쁜 사람이에요"라며 원망 아닌 원망의 감정을 쏟아냈다.
이어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 생각합니다. 늘 나쁜 마음 안 먹고 착하게 살았기 때문에 좋은 곳으로 갈 거라 생각합니다"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고인은 최근 KBS 예능 '불후의 명곡' 출연하는 등 팬들과 소통을 계속했다. 또 지자체와 함께 준비하던 사업도 있었다.
"늘 지방으로 가서 살고 싶어했어요. 그러다 이번에 정말 지방에 가서 하고 싶어하던 음악 일을 하고, 문화가 소외된 지역에 자기의 재능을 기부하며 보람있게 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 안타까워요."
위패 왼쪽에는 악보와 드럼 스틱이 놓여져 있다. 최 씨는 고인이 "드럼 연주회를 열겠다며 연습을 했었다"고 전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삼육의료원 추모관 20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10시, 장지는 성남영생원이다.
전날 밤 늦게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져서인지 이날 오전(현재 시각 11시 40분)에는 가족들과 친한 후배, 제자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고인의 열렬한 팬이었다며 빈소까지 발걸음을 한 이들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