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찍어낸 친박, 이번에 與 지도부 논공행상 끼어드나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좌측부터 김태호 최고위원,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윤창원기자
청와대와 새누리당내 친박그룹의 거센 사퇴압박에 밀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새누리당 당직과 원내직 물망에 친박계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결국 '이것이었느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자리를 대체하게될 신임 원내대표에는 유 전 원내대표와 런닝메이트로 나섰던 원유철 전 정책위원장이 가게 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원내대표 자리를 친박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포함된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임 원내대표는 추대로 하되 내년도 총선을 감안해 수도권 인사로 하고 계파색이 옅어 유 전 원내대표 사퇴과정에서 불거진 극심한 당 계파갈등이 없어야 한다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김무성 당대표와 원유철 전 정책위 의장이 구체적인 당직과 원내직 배치를 둘러싸고 깊이 숙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전망을 강하게 하고 있다.

원 전 의장은 원래 친이계(친 이명박계) 출신이지만 계파색이나 자기고집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 친박과 비박이 세게 부딪힌 이번 유승민 사퇴파동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원 전 의장은 또 지난 2월 원내대표 선출당시 경선출마를 저울질 한 바도 있어 본인 스스로도 원내대표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원내대표가 비박이지만 계파색이 옅은 수도권의 중진 원유철 전 정책위원장으로 굳어지면서 원내직 가운데는 대표와 러닝메이트가 되는 정책위의장 자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경북 영주가 지역구인 장윤석 의원과 부산 남구갑이 지역구인 김정훈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기획재정부 차관출신의 김광림 의원이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직접 통화가 되는 몃 안되는 새누리당 의원들로 통하는 친박 재선인 경북 군위의성청송의 김재원 의원과 인천남을의 윤상현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데 원유철 전 정책위의장은 친박계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박이 다수이고 확실한 친박은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둘 뿐이었던 최고위원회의 계파 구성이 친박으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이 있다.

친이계였던 김태호 최고위원과 비박계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유승민 파동 와중에 이미 친박성향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가 친박 일색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14일로 당대표 당선 2주년이 되는 김무성 대표가 곧 단행할 당직인선에도 친박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당의 살림을 책임지고 내년 총선 공천위원장으로 공천업무를 총괄하게 될 당 사무총장에 친박계로 분류되는 경기 파주시을의 황진하 의원이 새로 거론되고 역시 친박인 한선교 의원도 여전히 입에 오르내린다.

또 공천실무를 주도하게 될 제 1 사무부총장에는 비박계인 충남 홍성,예산의 홍문표 전 예결위원장 이름이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홍 전 위원장은 비박계라고는 하지만 이번 유승민 사퇴파동을 전면에서 주도했던 충청권 친박계 인사들과 견해를 같이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결과적으로는 친박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렇게 되면 원내지도부와 당 지도부 모두에서 친박계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김무성 대표의 입지가 크게 약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의식해선지 김무성 대표는 11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한일 국회의원 친선바둑 교류전에 참석한 뒤 취재기자들과 만나 '친박계에 포위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포위당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르면 원내대표 선출이 이뤄지는 14일이나 늦어도 취임 2주년이 되는 15일 쯤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재편을 보면 당내 친박계의 유승민 찍어내기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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