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포스코 인도 사업 때 비자금 조성"…배성로 조만간 소환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당시 수상한 내부 의사결정 정황도 포착

포스코 비리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3일 경북 포항에 있는 동양종합건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문석준 기자)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의 인도 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내부 의사결정의 문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5월 동양종합건설 인도 현지법인 동양인디아의 하도급 업체 사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동양종합건설은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포스코 협력업체로, 배 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돈독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도 현지에서 비자금이 만들어졌다는 진술이나 단서가 일부 확보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동양인디아의 전 법인장이자 배 회장의 인척인 최모씨를 소환해 비자금 조성 여부와 용처,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 동양인디아 회계책임자였던 인도인 A씨가 제보한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과정 내역 등을 토태로 A씨와 현지 인도인 직원 등 2명에 대해 전화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현재 동양인디아가 자재구입과 임금지급 내역 등을 허위로 꾸미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A씨로부터 동양인디아가 동양종합건설 대구 본사 등에 발송한 전자우편과 자재구매 송장, 가짜 세금계산서 등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비자금 조성 장소가 인도 현지인 탓에, 거래의 허위성 여부를 파악하거나 현지인들을 상대로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증하는 데 있어 시일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동양인디아가 2008년 만들어진 뒤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첸나이 코일공장과 아연도금강판 공장 건설 사업을 수주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동양인디아에서 거래 대금 조작 등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정 전 회장의 포스코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 배성로 회장을 불러 포스코 비리 의혹에 동양종합건설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동양종합건설은 "제보자로 알려진 현지인은 회사에서 쫓겨난 것에 불만을 품고 수차례 걸쳐 금품을 요구하며 협박했던 인물"이라며 "동양인디아는 현지 국세청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비리 의혹의 또 다른 축인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가 2010년 초 성진지오텍 지분을 고가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내부 절차 없이 인수를 결정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재정 및 운영위원회나 투자심의위원회 등 기본적인 절차는 밟았지만, 위원들이 아닌 팀장이 대리출석 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어 실질적인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는 이후에도 내부 감사를 전혀 받지도 않는 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준양 전 회장과 실무진 간의 결정으로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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