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다음날인 지난 6일 사임한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협상 타결 직후인 13일(현지시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굴욕의 정치"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권 내부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던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앞서 12일 밤(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쇼이블레가 내게 직접 그렉시트를 원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5개월 동안 그리스가 벌여온 구제금융 협상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독일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다.
베르사유 조약은 1919년 독일제국과 연합국이 맺은 제1차 세계대전 평화협정으로, 전승국들이 독일에게 가혹한 배상책임을 물린 일방적이고 굴욕적이었던 조약으로 평가 받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3일 협상을 타결시킨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상이 그리스에게 매우 가혹하다는 의미로 베르사유조약고 비유되는 데 대해 "나는 그런 식의 역사적 비교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며 잘라 답했다.
이번 타결안은 채권단이 그리스 국민투표 이전에 요구했던 긴축안보다 훨씬 가혹한 긴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스는 연금 삭감, 시장규제 완화, 공공기업 민영화, 대량해고 등 노동시장 개혁 조치 등을 이행해야 한다.
이 가운데 그리스로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채권단의 요구사항은 5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유 자산을 신탁펀드화하는 문제였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송전공사 등 그리스 국영 기업을 민간에 팔도록하는 사실상의 민영화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그리스는 이에 대해 170억유로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그리스는 앞으로 공기업 등 국유재산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그리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은 보편 복지 확대와 기간산업 국유화 등을 추구하는 정당으로 민영화를 요구하는 채권단의 요구와 정면 배치된다. 이 때문에 '국민 투표' 라는 벼랑끝 전술까지 펼친 치프라스 총리가 결국은 '백기투항'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