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PD의 갑질? 독립PD 폭행 '안면골절'

한국독립PD협회 항의 집회…공식사과·진상규명·재발 방지 대책 등 요구

방송사 정규직 PD가 한 독립 PD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한국독립PD협회(협회장 이동기) 소속 회원들이 방송사 측의 공식 사과와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한국독립PD협회 회원 10여 명은 15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필동 MB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연석 기자)
성명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4일 발생했다. 종합편성채널 MBN의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 프로덕션의 ㄱ 독립PD는 MBN 담당PD와 프로그램 시사를 했다.


이후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ㄱ 독립PD는 MBN 담당PD에게 폭행을 당해 안면 골절 등 심각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MBN 측은 가해 PD에게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독립PD들은 이번 폭행 사건은 "개인과 개인 간의 단순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넘길 수 없다"며, "MBN 측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이 사건이 업무 중 발생했고, 피해자인 독립 PD는 심각한 폭행을 당한 직후에도 담당PD와 시사를 계속했다고 한다"며 "'갑'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발생한 사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주식 KBS PD협회장(PD연합회 부회장) 역시 같은 해석이었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의 PD 협회장으로서 을의 입장에 있는 독립PD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다"며 "이 사건 배경에는 독립PD를 부속품처럼 대하는 근본적인 시장 매커니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연석 기자)
다큐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제작한 진영모 PD는 "권력을 가진 자가 약한 지위를 가진 자에게 가한 비열한 폭행"이라고 규정하고, "MBN은 얼렁뚱땅 넘기지 말고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독립PD와 프로그램을 만들 때 쓸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지침을 만들어 정확하게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사)한국독립PD협회 회원인 김영미 PD는 "4년차밖에 안 된 후배 PD를 지켜주지 못한 것 같다"며 "내가 일을 시작한 지 오래 됐는데 여전히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과거 사건도 있고, 지상파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MBN이 대한민국 언론사로서 이름을 걸고 신뢰 있는 뉴스를 만든다는 방송사라면, (이번 사건을)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기라"며 "가해 PD를 반드시 해고 시켜라. (우리는) 그를 후배로도, 동료 PD로도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한국독립PD협회 복진오 권익위원장은 "MBN이 김주하 앵커를 투입하고 '공정과 신뢰'를 주장했는데, 김 앵커의 20일 첫 방송에서 자사 직원의 폭행 관련 소식이 나오기를 바란다"며 "그때야 말로 MBN 뉴스가 '공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통 종합 뉴스로 자리잡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앞에서는 휴먼다큐, 뒤에서는 인권유린 MBN을 규탄한다" "남의 갑질 특종이고, 자사 갑질은 은폐하는 MBN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한국독립PD협회 측은 이날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항의 서한을 MBN 측에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관계자들의 저지로 정문 앞에 내려 놓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MBN 측에서도 이날 기자회견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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