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시대로 접어들면서 20승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넥센)이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이후 7년 만에 20승 고지를 밟았다. 2009년(조정훈, 윤성환, 아퀼리노 로페즈)과 2013년(배영수, 크리스 세든)에는 14승 공동 다승왕이 나오기도 했다.
50홈런은 더 먼 과거였다. 이승엽이 최고 전성기가 시작된 1999년 54홈런을 치며 처음으로 50홈런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2003년 이승엽(56홈런)과 심정수(53홈런)가 나란히 50홈런을 넘긴 것이 전부였다. 그런 50홈런을 지난해 박병호(넥센)가 52홈런으로 넘어섰다. 11년 만의 기록이었다. 그 사이 40홈런 이상도 2010년 이대호(당시 롯데)의 44홈런이 유일했다.
그만큼 어려운 기록. 하지만 올해 다시 한 번 20승과 50홈런을 볼 가능성이 크다.
▲유희관, 전반기만 벌써 12승
유희관(두산)은 전반기에만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을 거뒀다. 패는 2패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 1위(1.78) 양현종(KIA)이 8승3패니 어느 정도 운도 따랐다는 의미다. 지난해 20승을 거둔 밴 헤켄은 전반기에 17승을 거뒀다.
두산은 전반기 81경기를 치렀다. 후반기 남은 경기는 63경기다. 산술적으로 유희관은 13경기 정도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일정에 따라 1~2경기 더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기에서 8승을 추가하면 20승 고지를 밟는다.
현재 페이스나, 현재 승운, 그리고 두산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8승은 추가 가능한 수치다. 전반기 승수는 뒤졌지만, 밴 헤켄보다 2경기 먼저 12승을 챙겼다.
알프레도 피가로(삼성) 역시 20승 후보다. 피가로는 18경기에서 11승4패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도 3위(3.11)다. 삼성의 남은 경기는 61경기. 피가로 역시 유희관과 비슷한 등판 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통합 4연패 삼성의 전력을 보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한 시즌 20승 선발 투수가 두 명 나온 것은 1985년 나란히 25승씩 거둔 김시진, 김일융(이상 삼성)이 유일하다.
지난해 무려 11년 만에 50홈런을 넘어선 박병호는 올해도 어김 없이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페이스가 지난해 만큼은 아니지만, 전반기에 이미 30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4년 연속 30홈런을 돌파는 역대 세 번째. 특히 박병호는 KBO 리그 최초 4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박병호는 올해 86경기에서 30개의 홈런을 쳤다. 2.87경기에 하나씩 때렸다. 넥센의 후반기 남은 경기는 58경기. 산술적으로는 20.2개의 홈런을 추가할 수 있다. 이승엽도 해내지 못한 2년 연속 50홈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변수는 에릭 테임즈(NC)다. 테임즈는 전반기 28홈런을 기록하며 박병호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게다가 NC는 넥센보다 4경기를 덜 치렀다.
박병호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바로 경쟁이다.
이승엽이 2003년 56홈런을 때렸을 때 53홈런으로 끝까지 이승엽을 압박했던 심정수라는 존재가 있었다. 한 마디로 박병호와 테임즈가 제대로 경쟁한다면 2003년 이승엽, 심정수의 치열했던 경쟁이 12년 만에 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