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cm에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KBL은 2015-2016시즌부터 외국 선수에 대한 신장 제한을 부활시켰다. 각 구단이 2명 외국 선수 중 193cm 이하 단신을 무조건 1명을 뽑아야 한다는 규정이다. 기술이 빼어난 가드, 포워드 선수들을 영입해 리그 재미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욕에 찬 KBL의 개혁안이다.
193cm에서 1mm라도 초과하면 장신으로 분류돼 2m 안팎의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까닭에 뽑힐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반대로 193cm에 근접할수록 단신 중에서는 경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신장 측정에서 193cm 안팎의 지원자들은 최대한 키를 기준에 맞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됐다. KBL 초창기 신장 제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릎과 허리를 굽히거나 머리를 드는 등의 꼼수가 나오지 않을까 관계자들은 잔뜩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 온 한 감독은 "초창기에는 용병들의 키는 고무줄이었다"면서 "일례로 190cm로 측정됐던 조니 맥도웰(은퇴)이 다음 시즌에는 194cm 정도로 늘더라"고 회상했다. KBL은 원년부터 2006-07시즌까지 외국 선수 2명 합계 신장 제한(4m)을 뒀다. 한 명이 크면 짝을 이룬 다른 선수는 그만큼 작아져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최대한 규정을 맞추기 위한 꼼수가 속출했다. 다른 감독은 "긴 바지를 입고 와서 무릎을 살짝 굽히는 건 양반이었다"면서 "그래서 무릎을 강제로 펴면 어깨가 자동적으로 내려오고, 어깨를 펴면 이번에는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리는 등 교묘한 동작이 나오더라"고 웃으며 회상했다.
또 다른 감독은 "당시는 신발을 신고 쟀는데 어떤 선수는 깔창을 빼고 밑바닥을 칼로 다듬어서 거의 맨발 수준을 만들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외국 선수 신장 측정 때마다 나왔던 웃지 못할 광경이었다.
KBL 직원들도 "턱을 당기고 몸을 펴세요"라고 주문하며 철저하게 측정했다. 긴 바지는 무릎 위까지 걷게 했다. 지원자의 몸과 신장 측정기를 바짝 붙이는 과정에서 뒤로 기울어지는 모습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이세범 원주 동부 코치 등 관계자들이 이의를 제기해 재측정이 이뤄졌다.
이에 아이제아 사익스는 1차 측정에서 192.9cm가 나와 단신으로 분류됐지만 경우에 따라 장신과 경쟁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2차 측정에서 1mm만 늘어난 193cm가 나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테판 브래포드는 193.5cm가 나와 재측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재민 KBL 경기본부장은 "정확하게 잰 것이기에 선수는 재측정을 요구할 순 없다"면서 "이는 10개 구단과 협의한 사항이고 지원자들에게도 공지가 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곧이어 "속임수는 없다"면서 "정직하게 측정할 것"이라고 말했고, 196.2cm가 돼 장신으로 분류됐다. 이외도 리카르도 라틀리프, 애런 헤인즈, 트로이 길렌워터 등 경력자들은 신장 제한과 관계 없이 측정을 무난하게 마쳤다.
이날 측정을 마친 선수들은 모두 123명이다. 단신이 66명, 장신이 57명이었다. 최장신은 210.2cm의 니콜로츠 츠키티시빌리, 2002-03시즌부터 06-07시즌까지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뛰었던 선수다. 최단신은 175.6cm의 밴스 쿠스키였다.
이들은 20, 21일 트라이아웃을 통해 기량을 뽐낸다. 이후 22일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의 선택을 기다린다. 과연 9년 만에 부활한 신장 제한 규정의 외국 선수 드래프트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