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안보 약화시키는 자해행위" vs 野 "적반하장"

스마트폰 도감청 의혹과 관련한 정치권의 공세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를 내며 역공에 나선데 대해 야당이 20일 "정치권을 겁박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도감청이 가능한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장문의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무책임한 논란은 우리 안보를 약화시키는 자해행위"라며 "국회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해킹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보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에는 해킹프로그램 도입 등을 총괄한 직원 임모 씨가 숨지자 직원 명의의 보도자료를 다시 내고 "그의 죽음을 정치적 공세로 이어가는 소재로 삼는 개탄스러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국가안보의 가치를 더 이상 욕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결과에 대해 책임 또한 따라야 할 것"이라고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정치권을 정조준 했다.

국정원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반하장도 유분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정원불법사찰의혹조사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이자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문병호 의원은 "기관의 불법‧부정 행위를 감독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직무인데 이에 대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직원들이 국정원장 등 간부들의 승인 없이 이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다음 국회에서 이런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이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고 문제가 없다고 해야지, 자료 제출 없이 국회의 문제제기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희 최고위원도 "군부독재 시절에도 국정원이 조직을 총동원해 이렇게 야당을 겁박하진 않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국정원의 보도자료는)헌법을 따르고 국민에 대한 책무를 수행하는 국회를 겁박하는 공권력의 민낯"이라며 국정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국정원 현장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견학식 현장조사는 의미가 없고, 정보위 청문회 등을 통해 실체적 진상 파악을 한 뒤 필요하다면 현장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