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조금이라도 감독들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사력을 다해 기량을 뽐냈다. 이런 가운데 자못 여유롭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KBL 경험이 풍부한 경력자들이었다. 이미 KBL 실전에서 기량을 검증받은 만큼 컨디션 점검 차원의 플레이를 펼쳤다.
현장의 공통된 의견은 193cm를 넘는 장신 선수는 구관을 뽑겠다는 것이다. 김진 LG, 유재학 모비스 등 감독들은 "기존 선수들은 몸이 괜찮은지, 살은 찌지 않았는지 등만 체크한다"고 귀띔했다. 모비스의 3연패를 이끈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1순위로 꼽힌다.
리카르도 포웰(196.2cm), 애런 헤인즈(199cm) 등도 마찬가지였다. 다년간 한국 무대의 경험을 가진 이들은 관중석에서 편안한 자세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뽑힐 것이라는 자신감이 대단했다. 외국 선수 제도가 193cm 이하 단신과 초과 장신으로 나뉘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상위 순번에 이들이 뽑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감독은 "예전에는 외국 선수 2명 모두 장신이라 포웰과 헤인즈 같은 테크니션을 뽑았지만 이제 1명은 무조건 단신 선수를 보유해야 한다"면서 "상대 장신 용병 수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이들의 친정팀 사령탑들도 예외가 아니다. 포웰과 헤인즈는 각각 전자랜드와 SK에서 3시즌을 뛰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끄는 등 공헌도가 컸다. 특히 포웰은 이방인임에도 전자랜드 주장을 맡아 끈끈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날도 포웰은 "나는 전자랜드 주장이었고, 인천은 내 집과 같다"고 말할 정도다. 헤인즈도 "SK에서는 나를 가족처럼 대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문경은 SK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문 감독은 "3년 동안 헤인즈와 뛰어서 장점이 많은 선수인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기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1순위를 뽑는다면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선택하겠지만 순위가 밀린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과연 전자랜드와 SK의 선택이 어떻게 될까. 포웰과 헤인즈가 친정팀에서 다시 뛸 수 있을까. 이들의 운명은 22일 드래프트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