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박 대통령의 '식샤를 합시다'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로 넘어가보죠.

◆ 김성완> 요 며칠 당청관계에서 화두가 된 말이 있습니다. 바로 ‘식사정치’라는 말인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당청간 소통을 위해서 여당 의원들과 함께 식사를 할 것이다, 이런 소식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의 '식샤를 합시다',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며칠 전에 여당 지도부와 회동한 자리에서도 이 식사 얘기가 나왔었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웃음이 빵빵 터졌다고 했던 바로 그 모임인데요.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했던 말이죠. 새누리당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축출한 직후에 지난 16일날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3명을 청와대로 불러서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통령께서 여당 의원들과 만나는 자리가 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권유를 했다고 하고요. 박 대통령이 검토해 보겠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식사정치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가 있는 게 이날 회동이 11시부터 30분 남짓 있었거든요. 점심 때가 다 됐는데. 보통 이런 경우에는 ‘밥 먹고 가십시오.’ 그래서 밥을 먹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밥을 안 먹었어요.

◇ 박재홍> 그랬군요.

◆ 김성완> 그래서 김무성 대표가 회동이 끝나고 난 다음에 참석자들에게 평소 가보고 싶은 고깃집이 있는데 가서 밥 먹자고 그래서 자기들끼리 가서 먹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식샤를 합시다’ 이렇게 하셨잖아요. 그렇죠? ‘식사’가 아니라 ‘식샤’라고 하나셨는데. 왜 ‘식샤’인가요?

◆ 김성완>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제목이기도 해서 붙여봤는데요. 식구라는 말이 있잖아요. 함께 밥을 먹는다는 뜻인데요. 같이 식사를 하면 정치인들간에 일종의 동지의식이 싹튼다, 이런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식사를 통해서 뭔가 거창한 걸 하기보다는 우리는 같은 동지야, 우리는 한배를 탄 사람들이야라고 확인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식사정치, 이제 언제부터 시작될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박 대통령이 지금 여름휴가를 언제 다녀오느냐 이것도 초미의 관심사거든요. 아마 8월 초쯤이면 다녀오지 않겠느냐, 9월 정기국회가 있기 때문에 8월 초 이후부터 9월 사이쯤이 되지 않겠느냐 이런 관측이 나옵니다. 식사정치를 어떻게 하느냐. 의원들별로 그룹별로 나누거나 국회 소속 상임위별로 구분을 한다거나 해서 오찬이나 만찬을 가지는 형식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런데 식사정치, 대통령 취임 초기에도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 말이?


◆ 김성완> 네, 맞습니다. 기억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재작년 4월이었습니다. 그때도 식사정치가 화두가 된 적이 있었는데. 4월 9일부터 19일까지 박 대통령이 한 열흘 정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여당, 야당 의원들 가릴 것 없이 만나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한 명이고 국회의원은 300명이잖아요. 한 명이 300명하고 식사하는 것.

◇ 박재홍> 1년 내내 해야겠네요.

◆ 김성완> 그렇기 때문에 그룹별로 식사를 했는데요. 여야 지도부, 국회의장단, 국회 상임위별로 의원들을 다 만나려고 하다 보니까 상임위는 한 2개씩 묶어가지고 조까지 짜가면서 일정을 잡았습니다. 식사 분위기도 당시에는 굉장히 화기애애했는데요. 박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을 향해서 다시 만나니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기쁘다, 이렇게 얘기를 했을 정도입니다.

◇ 박재홍> 분위기 좋았네요.

◆ 김성완> 그리고 박 대통령의 특유의 썰렁개그도 등장을 하기도 했었고요. 당시에는 청와대가, 대통령과 국회가 소통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렇게 하면서 대단히 성공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밥 먹으면 친해지잖아요. 식사정치를 하면 당청관계나 여야 관계가 달라질까요?

◆ 김성완> 굉장히 곤혹스러운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사장님하고 밥 먹을 때 어떻게 합니까? 별로 말도 못 하고 묵묵히 밥 먹어야 되잖아요.

◇ 박재홍> 편하지는 않죠.

◆ 김성완> 불편하죠. 사실 고역인 경우도 있는데요. 또 사장님은 굉장히 즐겁게 얘기를 하는데 그것도 말 상대 안 해 주고 웃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그 직원 좀 내가 그렇게 불편했어?’ 이런 얘기 듣게 마련이잖아요. 사실 박 대통령하고 식사를 하는 자리도 그렇게 편치는 않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 앞에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의원이 몇 명 될까요? 별로 없잖아요, 사실은. 1차 식사정치 때 그때 야당 의원들이 윤진숙 해수부 장관 임명하시면 안 됩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바로 이튿날 임명을 강행하기도 했었습니다.

◇ 박재홍> 밥 먹는 자리에서 하지 마시라 쓴소리를 했었는데.

◆ 김성완> 그런데 결국은 식사정치라고 하는 게 꼭 거창하게 밥을 먹어야지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식사정치는 일종의 국회의원들간의 정치 서열을 매기는 정치 서열을 확인하는 자리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일종의 정치 의식으로 볼 수도 있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요.

◆ 김성완> 맞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하고 밥을 먹을 때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게 혹시 뭔지 기억하시겠어요?

◇ 박재홍> 옆자리 누가 앉았나.

◆ 김성완> 맞습니다. 옆자리에 누가 앉느냐. 대통령하고 밥을 먹을 때 누구를 더 빨리 부를까? 나보다 혹시 다른 의원들이 빨리 가지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 늦게 부르지? 이런 것 하고요. 나는 누구와 함께 부를까, 나는 왜 저 의원하고 같이 불렀을까? 이런 거. 누가 대통령 옆자리에 앉을까 이건데요. 이게 아주 작은 차이인 것 같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계급별로 나뉜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친박이 일단 계급으로 따지면 가장 높을 수 있겠죠. 친박 중에서도 친박 3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 작년 연말에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몰래 불러서 같이 식사를 했었잖아요. 그 이후에 친박계 하고 비박계의 갈등이 굉장히 심하게 부딪히기도 했었고. 그리고 또 이른바 박심을 안고 친박계가 온 것 아니냐 이런 해석들도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부를 때에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부르냐, 몰래 따로 만나서 뭔가 얘기를 하느냐 이런 차이도 있을 수 있는 거고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김무성 대표가 박 대통령과 회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그때 박 대통령 옆자리에 김무성 대표가 앉았던 게 아니라 맞은편, 그것도 시야에서 빗겨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 이런 해석이 그 당시에도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만났을 때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고 해요. 이제는 됐구나, 이런 해석이 나오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 나오는 건데요.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도 드러난 현상만 보지 마시고 누가 부르는 자리에 누가 먼저 불려가느냐, 박 대통령 옆에는 누가 앉아서 박 대통령하고 어떻게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느냐, 이런 것까지 관찰해 보시는 것도 일종의 정치를 해석하는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정치인들의 식사정치, 밥도 좋지만 우리 국민들은 밥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혹시 무상급식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들은 없는지 한 번 좀 살피시면 좋겠어요.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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