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씨는 유서에 자신이 돈을 건넨 수많은 권력자들의 이름을 남겼다. 이후 검찰수사가 착수됐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는 성완종 회장 유서의 진실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서에 적힌 8명 가운데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기소됐을 뿐 나머지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음성녹취까지 있었지만 유서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은 성완종 회장 유서의 진실성을 애써 의심했고 심지어 감정적 보복으로까지 치부했다.
지난 18일 해킹프로그램 담당자인 국가정보원 임모 과장이 용인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 과장도 유서를 남겼다.
국정원은 임 과장을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희생자로 추모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일동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근거없는 추측성 의혹으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죽음을 소재로 정치공세를 편다고 정치권을 공박했다. 정보기관 직원들의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이다.
임 과장의 유서는 진실성을 넘어 마치 대국민호소문처럼 됐다.
그러나, 임 과장의 죽음에도 의혹은 씻기지 않고 오히려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성완종 회장이나 국정원 임 과장이나 벼랑 끝에 몰리는 심리적 압박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똑같이 숨지면서 유서로 말했다. 한 사람은 진실성을 의심받았고 또 한 사람은 진실성의 도마 위에 서있다. '같지만 다른' 두 사람의 죽음이다.
검찰은 아직 유서를 읽지 않았다. 수사기관으로서 아직 공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임 과장의 유서에 얼마나 진실성을 인정하고 읽어나가느냐가 검찰수사의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