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감독 및 코칭스태프는 매의 눈으로 선수들의 장단점을 살폈다. 이틀 동안의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22일 팜스 호텔에서 열릴 드래프트 준비에 들어갔다. 추첨에 따라 지명 순위가 결정되는 드래프트에서 어떤 선수를 우선 순위에 놓을지 전략 수립에 골몰했다.
한 감독은 "4시간 동안 순위 지명을 위한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일단 10순위까지는 정해놓고 나머지는 드래프트 상황을 보고 그때그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라이아웃을 마치고 각 팀 관계자들이 저녁 식사를 할 무렵 한국에서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다. 바로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전창진 KGC인삼공사 감독에 대한 경찰의 구속 영장 신청 발표였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전 감독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상대팀 사령탑인 문 감독이 승부 조작의 공범인 연예기획사 대표 전모 씨와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문 감독도 조작에 연루되지 않았는지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의도다.
잇딴 충격적인 소식에 라스베이거스 현지는 충격에 빠졌다. 모 감독은 "정말 이런 분위기에서 드래프트를 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할 중대한 행사를 앞두고 이런 소식이 터졌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KBL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KBL에서는 전 감독의 구속 영장 신청에 대한 분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다. 다만 KBL 고위 관계자는 "대사를 앞둔 만큼 드래프트가 끝난 뒤 신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간절한 입장이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드래프트는 장, 단신으로 나뉘면서 모처럼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아쉽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KBL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문 감독의 추가 조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전해지는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문감독에 대한 언급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문 감독의 현지 인터뷰 기사도 나왔다. 저녁 식사를 앞두고 소식을 접한 뒤 문 감독이 구단 관계자들과 했던 얘기를 동석한 한 인터넷 매체 기자가 듣고 쓴 것이다. 이후 SK 측은 현지 KBL 기자단과 연락이 두절된 채 장시간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이후 SK 관계자는 "저녁을 먹을 겨를도 없이 대책 마련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 감독 등 지인과 친한 게 죄라면 죄"라면서 "나 때문에 드래프트에 영향을 미칠까 마음이 무겁다"고 하소연했다. 문 감독은 "드래프트 전략을 짤 생각도 나지 않는다"면서 "행사가 끝나고 귀국하면 조사에 응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할 대업인 KBL 드래프트. 그러나 한국에서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에 우울한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