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몹시 궁금해요. 매주 한 편씩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이번 주에는 암살을 보려고요. (웃음) 사람들 사이에서 영화를 볼 때의 좋은 기분을 만끽하면서 반응도 잘 살필 생각입니다."
전지현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암살 작전에 투입되는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았다. 전지현은 극 전체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강도 높은 액션 신까지 직접 소화하는 열의를 보였다.
"사실 한국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부담도 컸어요. 딱 떠오르는 게 '친절한 금자씨'(2005)인데, 이마저도 10년 전에 만들어졌죠. 액션 촬영의 경우 몸이 따라 주니 즐기는 편이에요. 매일 운동을 해 온 덕에 몸이 예민하게 반응해요.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할 때 도움을 많이 받죠."
"촬영하면서 '옥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더군요. 강한 연민이었어요. 그런 생각을 할 때면 기분이 묘했죠. 극중 옥윤이 웨딩드레스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특히 그랬어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 바쳐 여기까지 달려 왔는데, 결국은 개인의 삶과 얽히고설키니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그 신을 찍기 위해 촬영장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었죠."
전작 '도둑들'(2012)에 이어 최동훈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전지현은 최 감독에 대한 전적인 믿음을 나타냈다.
"영화 암살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최 감독님이었으니까요. 제가 좋으면 감독님도 좋고, 제가 싫으면 감독님도 싫을 정도로 현장에서 믿고 맡겨 주셨죠. 감독님이 시대적 배경을 많이 얘기해 주셨는데,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역사 선생님 같았어요. (웃음)"
전지현은 결혼 뒤 출연한 작품들을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결혼 뒤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결혼을 통해 심경의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긴 건 맞아요. 결혼 뒤 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도 부드러워졌고요. 주변 사람들이 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죠."
"제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입니다. 힘든 것에 익숙해지면 헤어나기 어렵잖아요. 슬픈 일이 있을 때 운동 등을 통해 빨리 극복하려 애쓰는 이유죠. 어릴 때는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때 든 생각이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전지현이라는 배우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겠구나'라는 거였죠. 결국 '도망치지 말고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로 이어지더군요."
그는 "지금 제가 가장 집중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연기 외에는 없다"고 했다.
"배우 전지현으로 살고 있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봐요.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제 실제 삶이 복잡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근심이 없어야 오롯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좋은 연기를 하려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것이 제 화두가 된 이유죠."
'배우' 전지현으로 사는 '사람' 전지현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저도 싸울 일 있으면 싸운다"는 말로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활동해 온 터라 주변의 시선에 많이 무뎌진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만 특별해지면 된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마저 특별해지려고 하면 그것 만큼 외로운 길도 없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남부러울 것 '있는' 사람이니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