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의 유서와 국정원을 해킹팀에 연결한 나나테크의 허손구 대표의 인터뷰 내용, 그리고 국정원 등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임씨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했고 임씨는 이로인해 안타깝게도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씨는 유서에서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와관련 나나테크 허손구 대표도 "임씨의 자살 소식을 듣고 정신이 없었다"며 "(국정원 다른 부서에서는) 이번과 같은 일이 생길까봐 진행도 못하던 것을 애국심만으로 소신것 추진한 분인데 사실은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떠나 안타깝다"고 말했다.(22일 한겨레신문)
국정원에서 불법을 넘나드는 행위에 대한 논란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국정원 3차장 산하(과학·기술파트) 과학정보국에서 일하는 임씨 는 국정원의 '내부지침'을 넘나드는 모종의 행위를 했고 해킹사건이 터지자 이에대한 책임을 요구받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오자 이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정보국은 과거 도·감청과 해킹을 담당하는 부서로 대공이나 대테러 파트 등에서 '과제'를 던져주면 임씨는 이를 실행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임씨는 다른 부서에서 정보 의뢰가 오면 이를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며 "과학정보국은 내부적으로 해킹이나 감청의 '엄격한 내부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감청은 판사의 영장이 있으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임씨가 내부 규정에 위배되지만 윗선의 부탁이나 압력을 못이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해킹사건이 탄로나자 이에 대한 부담감이 몹시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은 감찰 과정에서 이에대한 임씨의 책임을 강력하게 추궁했을 가능성이 높다.
임씨가 유서 말미에서 "국정원 직원이 본연의 업무에 OOO 수행함에 있어 한치의 주저함이나 회피함이 없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주기시를 바랍니다"라는 부탁글을 남겼다. 처음 유서를 작성할때 임씨는 OOO을 '개인이'라고 썼지만 펜으로 지운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자신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내부 규정을 어기고 '불법적인 해킹'을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국정원 조직이나 윗선은 '일탈'을 강요해놓고 책임은 '실무직원'으로 몰아간다는 항변으로 풀이된다.
이런 이유때문에 임씨는 "국정원 직원(개인)이 일을 하면서 주저함이나 회피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자신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남긴 것으로 보인다. 조직을 위해 일하면 조직이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으로 임씨가 국정원 조직의 희생자였다는 논란을 일으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