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해킹업체 '해킹팀'의 이메일 교신 내역에 따르면 나나테크는 국정원과 해킹팀 사이에서 해킹 프로그램 매매를 중개했다.
이 때문에 나나테크 허손구 대표는 일찌감치 의혹의 열쇠를 쥔 인물로 꼽혔지만, 파문이 일자 지난 주말쯤 캐나다로 출국했다.
그는 지난 16일 CBS노컷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해킹팀과 가격 조율 후부터 인계받아 처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해, 자신보다 앞서 거래를 주도한 누군가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해킹팀'과 접촉을 시작했던 건 허 대표가 아닌 박모 씨. 자신을 나나테크 직원이라고 소개한 박 씨는 지난 2010년 8월 6일 해킹팀의 대표 메일 계정(info@hackingteam.it)으로 "우리 고객이 스카이프 솔루션을 찾고 있는데, 갖고 있느냐"고 처음 문의한다. 인터넷 메신저의 하나인 스카이프를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느냐는 취지다.
이후 박 씨는 해킹팀 담당자와 활발히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거래를 추진하다 성사단계인 2011년 3월 돌연 나나테크에서 사직한다.
앞서 인터넷 까페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박 씨는, 2010년 3월 이후엔 해킹팀과의 이메일 교신 외에 인터넷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또 까페 동호인에 따르면, 박 씨는 간간히 참석하던 모임에도 더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박 씨의 행적 역시 의문을 남기고 있지만 허 대표마저 그의 채용과 퇴사 과정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허 씨는 "(박 씨 채용 과정에) 제가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OOOO(구직사이트)에서 보고 면접으로 뽑은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저는 그분이 왜 그만두었는지 어디에 계신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나나테크가 5~6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업체인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쉽지 않은 설명이다.
또다른 공동대표 한모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등기상 공동대표일 뿐 허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2010년쯤엔 건강이 나빠져 회사에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나갔다"고 말한 점에 비춰보면, 박 씨가 나나테크에 입사해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주도한 경위는 더 큰 의문을 낳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박 씨로부터 직접 답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편, 허 대표는 박 씨의 채용 과정과 역할을 거듭 묻는 이메일 질의에 "저희 회사는 생각하시는 곳에서 일했던 분이나, 그 곳의 부탁으로 근무한 분이 한분도 없으며 그 곳의 일을 대행한 것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 곳'이 어디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