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사면'에 목숨 건 재계, 넘어야 할 산 '첩첩산중'

총수 사면 반대 여론↑· 대통령의 '원칙' 위배 목소리↑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경제인도 포함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자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 연일 특정 총수 이름을 거론하며 '기업인 사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는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24일 재벌가 2~3세 총수, 대표 등을 불러서 오찬을 하면서 재계의 '재벌 총수 사면'에 대한 기대감은 절정에 달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전날인 23일 '전경련 CEO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SK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재벌 총수 사면의 가장 큰 명분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오너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의 기업 정서상 수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을 다시 경제인으로 복귀시켜 경제 살리는데 이바지하도록 유도해야한다는 논리다.

특히 SK의 경우 총수 일가가 동시에 옥고를 치르면서 경영전략 수립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그룹 차원에선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 흔들리는 그룹 위상을 다시 세워주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에선 이번 정부 들어 특별 사면이 역대 정부에 비해 적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설을 맞아 서민·생계형 사범 5925명을 특별사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특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인은 SK 최태원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이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료사진)
최 회장의 경우 징역 4년 중 이미 2년 6개월 가까이 복역했기 때문에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이 검토된다. 형의 집행을 종료하고 만기 출소한 것으로 간주해 남은 형기에 대한 집행을 면제해주는 조치로, 형 선고 자체의 효력이 살아 있어 공직에 오를 수 있는 공무담임권 등이 계속 제한 받는다.

김 회장은 집행유예가 확정돼 형선고 실효사면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김 회장은 공직을 바로 맡을 수 있고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여론은 재계만큼 '총수 사면'에 대해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재벌 총수 등 경제범 특별사면에 반대한다고 한 것. 한국갤럽이 21~23일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경제인 특별 사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5%만이 찬성했고 11%는 의견을 보류했다.

국민 여론 뿐 아니라 특별 사면을 해야할 주체인 대통령의 원칙과도 위배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면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뒤집고 특별 사면을 단행하는 것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총수 사면 반대를 강하게 주장해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7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하루 아침에 뒤집는 것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사면의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부패한 기업인에 대한 사면권 남용은 도리어 힘없고 배경 없는 국민 사이에 위화감만 조장해 국민 분열만 가속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수감 주인 재벌 총수들은 오히려 배임 횡령 주가조작 등 공정한 경제질서를 훼손하고 국내 경제를 어지럽혀 경제정의를 훼손한 주범들"이라며 "박 대통령이 진정 경제살리기와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싶다면 생계 사범 위주로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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