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이 경기는 전남 드래곤즈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맞대결보다 '현역 최고령' 김병지(전남)의 K리그 통산 700번째 경기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전남의 평균 관중보다 많은 540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김병지의 대기록 달성을 함께했다.
자신을 향한 큰 관심을 잘 알고 있는 듯 경기 전 만난 김병지에게서는 좀처럼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K리그 33년 역사상 전에 없던, 그리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700경기 출전의 대기록 달성을 앞둔 만큼 김병지에게서는 평소와 다른 비장함이 느껴졌다.
“평상시와 같은 준비를 했다”는 김병지가 비장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멀리서 구경을 오시기 때문에 돌아가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라고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할 것”이라고 반드시 자신의 700번째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선보였다.
사실 김병지는 출장을 기념하는 경기에서는 유독 약했다. 100번째 경기에서 승리한 뒤 200번째 경기부터 300번째, 400번째, 500번째, 600번째 경기까지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이 때문에 노상래 감독은 “기록이 좋지 않아 사실 병지를 뺄까도 고민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나이를 잊은 선방을 선보인 김병지의 활약에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한 오르샤, 1골을 넣은 이종호의 활약을 더한 전남은 기분 좋은 3-1 승리로 활짝 웃었다.
24년의 프로 인생에서 700경기 출전이라는 ‘꾸준함’을 보여준 김병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축구선수로서 활약하겠다는 꿈을 숨기지 않았다.
“24, 5살 때는 물만 먹고도 1, 2년은 뛸 수 있다는 그림이 그려졌는데 이제는 정말 쉽지 않다”고 새삼 나이가 든 자신의 현실을 털어놓은 김병지지만 “힘든 여정이겠지만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계속 나아가겠다. 아마 지금까지 24년 해온 것보다 77경기를 더 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지금의 컨디션이라면 앞으로 1년 이상은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까지 축구만 36년을 했다. 외길을 오면서 앞만 보고 달렸는데 이제 와 뒤돌아보니 걸어온 길이 똑바르지 않고 삐뚤빼뚤했다. 앞만 보고 달려도 어려움과 고비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 “남은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한결같았던 모습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