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보다 똑똑한 '누리꾼'…기사보다 정확한 '댓글'

'국정원 해킹 의혹', 근본적인 의문은 외면하고 정쟁과 논쟁만 부추겨

국정원의 해킹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지만 언론은 이를 밝히려는 노력보다는 정쟁으로 몰고가거나 진실공방으로 몰고가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관영매체'가 된 연합뉴스는 여권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삭제파일 복구 결과 내국인사찰 사실무근 확인"이라는 확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일요일 저녁에 송고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카카오에서만 기사송고 12시간만에 댓글이 7,000개를 훌쩍넘겼다. 네이버에서는 5,000개를 넘겼다.

그렇지만 기사본문에는 "국가정보원은 최근 논란이 된 자체 해킹프로그램의 구매·운용에 관여한 임모 과장이 생전에 삭제한 파일을 복구·분석한 결과 내국인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판단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이같이 보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는 것과 이 소스가 "여권 관계자"라는 것이 전부다. 연합뉴스는 26일 저녁에 출고한 이 기사에서 <"여권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은 내일 오후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예정된 현안보고에서 삭제파일을 복구한 결과를 보고할 것"이라면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댓글은 달랐다.


다음카카오의 댓글에는 "앞으로 나도 죄지으면 셀프 수사해서, 혼자서 조서 꾸미고, 혼자 재판해서 무죄판결 내릴래"를 시작으로 "이걸 믿어라고?…", "알았다고 하잖아", "맘대로구만 ㅋㅋㅋㅋㅋ 안철수가 자료 달라니까 쌩까고 지들끼리 자료검토 끝 이럴라면 나도 내가 판결할란다", "국정원이 지운 파일을 국정원이 복구하고 국정원이 결론내린다. 정말로 대단한 나라"라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위 다음 캡쳐·아래 네이버 캡쳐)
네이버에 달린 댓글에는 "피의자가 셀프수사하는 재밌는 나라"에서부터 "국정원 직원이 삭제하고 국정원에서 내국인사찰은 없었다고 하면 과연 믿을 사람이 있을까요? 안철수에게 로그파일 넘기세요. 그게 가장 확실합니다", "이번엔 셀프복구냐? 그럼 국정원직원이 그걸 왜 지우고 죽었냐?", "그럼 자살한 사람은 도대체 왜 자살한거야? 20년 해킹 전문가가 내국인 사찰도 안했는데, 자료를 실수로 delete 키로 지운거를 복구못해서? 내가 *문가였구나 하고 자살한거야? 웃긴다"에 이르기까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매체들의 기사는 여당과 야당의 주장을 반반씩 다루거나 아니면 국정원의 해명과 새누리당 정보위원(그것도 국정원 출신인 이철우 의원의 주장을 주로)들의 설명을 해명자료로 집중보도하면서 400기가나 되는 이탈리아 해킹팀의 자료를 분석해서 보도하는 언론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뉴스타파의 최기훈 기자는 미디어오늘 기고문에서 "국정원이 해명했다. 자국민에 대해서는 해킹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국정원 말대로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사용했다면, 해외에서만 했다면 적법한 것인가? 유럽의 작은 나라 키프러스에서는 이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정보기관의 수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면서 "정말 국내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는 해킹하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아니 그에 앞서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그것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해킹사태'가 보름이 지났다. 국정원 담당직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삭제했다며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읽기에도 민망한 기사 쏟아내는데 들어갈 열정을 부디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쏟아줬으면 한다. 우리 언론들이 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한다.

언론이 뭐라고 보도하건 국민들은 누리꾼들은 잘 믿지 않는다. 이미 언론의 보도 형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일만 터지만 본질을 파헤치기보다는 정쟁으로 몰고가거나 진실공방으로 물타기를 하기 때문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