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득권 보호하는 선거제도 개편돼서는 안돼

선거구 획정 일정이 가까워지자 선거제도 개편에 국회의원 정수 증원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의 일부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를 동반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기존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 제도에 대한 입장 차이, 국민 감정 등과 맞물려 결코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2:1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대규모의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5개 정도의 지역구가 인구 상한선을 넘고, 인구가 감소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24개 지역구가 조정 또는 폐지되어야 하는 형편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농어촌 지역의 지역구 축소 흐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의 과제도 던졌다.

59개 내외의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선거제도 자체의 개혁 문제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의 소선거구제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이래 꾸준하게 개혁 대안이 강구되기도 했지만, 제도개편에는 이르지 못했다. 최근 제헌절 경축사에서도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제도의 개혁을 헌정사적 과제로 지적했다.

우리의 소선거구제는 지역구 대표 한사람을 간단하고 분명하게 뽑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표(死票)를 많이 남겨 대표성이 왜곡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돼 있는 또 다른 특권들과 함께 신진 세력이나 군소 정당의 정치적 진입을 아주 제약하는 제도이다. 이런 소선거구제의 한계는 지역 구도를 배경으로 영호남 지역에서는 1당 독점체제로 나타나기까지 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이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례대표제의 강화를 대안으로 주장해 오고 있다. 지난 2월 중앙선관위에서도 200명 지역구, 100명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개혁 방안으로 국회에 제안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는 현상 유지로 대응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정수의 확대를 동반한 제도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지역구를 어느 정도 축소하는 것을 동반해야만 국민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다. 선거구 제도 개편에 이르지 못한다면, 기호순번제 같은 불평등한 특권을 해소해 적어도 양당 독과점 폐해를 줄이는 자기 개혁 정도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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