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안철수가 갑자기 백지신탁 꺼낸 까닭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들어볼까요?


◆ 김성완> 국정원 사찰 의혹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어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국정원이 조사에 협조하면 670억 상당의 보유주식 전부를 백지신탁할 용의가 있다, 이런 깜짝 선언을 한 건데요. 안철수가 갑자기 백지신탁 꺼낸 까닭, 그 행간을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굉장히 많은 양이죠. 시가 평가액은 1000억이 훨씬 넘는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 김성완> 네. 1000억이 넘어갈 때도 있었고요. 약간 주가가 떨어지면 600억대가 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박재홍> 주식 백지신탁 얘기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거죠?

◆ 김성완> 맞습니다. 안 의원이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을 맡고 있잖아요. 위원장 자격으로 어제 전문가들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요. 로그파일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 이런 국정원의 입장에 반박하는 그런 기자간담회를 연 겁니다. 안 의원이 그 과정에서 갑자기 주식 백지신탁 얘기를 꺼냈는데요. 물론 무조건 백지신탁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3대 선결조건이 충족된다면…' 이라고 하는 단서조항이 붙어있기는 한데요. 3대 선결조건이란 첫째, 자신이 요구한 자료제출 요구에 국정원이 응하라 이거고요. 둘째, 사찰의혹 조사에 최소 5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겁니다. 셋째, 최소 1개월 이상의 조사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겁니다. 국정원이 자료제출 요구에 전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전문가들이 참여해도 사실상 정보위원들한테만 공개를 하겠다, 이런 입장이고. 그러니까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3대 조건이 충족된다면 내가 국회 정보위원회에 들어갈 때 백지신탁까지 하면서 이 의혹조사를 뭔가 규명해 볼 자신이 있다, 이런 것들을 표현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비합리적인 핑계로 조사를 방해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하지 말아달라 이런 촉구까지 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박재홍> 주식 백지신탁 얘기까지 나온 걸 보면서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배수진을 쳤다, 이런 평가까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이게 오늘의 첫번째 행간이 될 것 같은데요. 배수진 이러면 뒤에 강물, 낭떠러지를 두고 마지막으로 그 끝에 서있는 거랑 똑같잖아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런 표현을 한 건데요. 안 의원이 국정원 사찰의혹 규명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백지신탁이 안 의원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런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안 의원이 국회에 처음 입성했을 때 주식 백지신탁 얘기가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 박재홍> 당시 상임위 배정 문제를 놓고 백지신탁 여부가 논란이 됐었죠. 그래서 IT 업계와 관련이 없는 보건복지위에 소속되게 된 건데.

◆ 김성완> 네, 맞습니다. 돌고 돌아 보건복지위로 갔다, 이런 비판적인 얘기까지 나왔는데요. 안 의원이 국회에 첫 입성할 때 아주 호된 신고식을 이 백지신탁 문제로 치러야 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안 의원은 무소속으로 국회에 입성을 했잖아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다 상임위원회에 배정이 되어야 하니까, 상임위원회에 어디에 배정을 할까를 두고 각종 논란이 일었는데요.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정무위원회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했는데. 정무위는 금융위를 관할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안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안랩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러니까 주식 백지신탁해야 한다, 이런 얘기가 나왔고요. 그래서 정무위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머뭇댔어요. 그러니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내가 상임위를 양보해 주겠다, 내가 속해있는 상임위를 양보해 주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그러다가 결국 의사 출신이라는 점이 감안이 되어서 보건복지위에 낙점이 됐습니다. 이런 소동이 전부 다 주식 백지신탁을 피하려고 하면서 벌어진 일이거든요. 앞서 주식 가치가 1000억원이 넘을 때도 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지만 안 의원이 안랩의 대주주라는 사실은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죠. 186만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주가가 많이 올라갔을 때는 천 몇 백억이다 이런 말도 나왔는데, 이제는 670억 정도 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지난해 동그라미 재단을 만들어서 주식 50만주를 기부하기 전까지는 주식보유 평가액이 국회의원들 가운데 1위였다, 이런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굉장히 많았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 외에도 재벌 수준의 주식 부자인데 백지신탁을 안 한 분은 꽤 많잖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안 의원의 주식 백지신탁이 조금 더 특별해 보이는 건데요. 주식부자 1위는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입니다. 총 재산이 1443억이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요. 이게 한 올해 3, 4월 정도에 평가한 가치니까 주가가 더 올랐으면 이것보다 더 많을 수도 있죠. 그런데 그 가운데 85%가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백지신탁 안 하고 있거든요. 부산 시장 출마설이 나왔을때 여론조사를 했는데 1, 2위로 나왔었어요, 지난 지방 선거 때. 그러다가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때도 주식 백지신탁 때문이다, 이런 얘기가 있었거든요. 그럴 정도로 논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주식을 갖고 있고요. 정몽준 전 의원, 역시 주식부자 1위로 거명이 됐었던 상황이었는데 서울 시장 출마할 때도 백지신탁을 안 했거든요. 이외에도 윤상현 의원, 홍철호 의원, 박덕흠 의원, 주식 갖고 있는 의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주식 백지신탁을 했다는 얘기는 제가 거의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안 의원이 이번에 백지신탁을 하겠다 하고 나오니까 뭔가 각별한 의미가 있어 보일 수밖에 없는 거죠.

◇ 박재홍> 그래서 뭔가 특별한 각오를 갖고 이번에 주식 백지신탁까지 선언을 하면서 국정원 해킹의혹을 밝히겠다, 이런 의지를 표현인데요.

◆ 김성완> 맞습니다. 특별한 각오 정도가 아니라 칼을 간 거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드는데요. 제가 볼 때는 한 세 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는 절박함, 다급함이 아마 반영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안 의원이 대선 후보 이후에는 당에 존재감이 굉장히 미미했잖아요. 그런데 메르스 사태 때는 의사출신인데 뭐하고 있느냐는 이런 비난을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안 의원이 국내 최고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라고 하는 점이 감안이 돼서 위원장 자리까지 맡게 됐거든요. 그런데 조사를 지금 한 번도 못 들어갔어요. 국정원이 모든 조사 권한을 셀프조사한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쥐고 앉아가지고 정보를 전혀 야당한테 주지 않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만약에 여기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정치적 입지가 더 많이 축소될 수 있다라고 하는 위기감이 작용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이런 생각이 들고요.

◇ 박재홍> 두번째 이유는요?

◆ 김성완> 두번째로는 자신감일 것 같습니다. 국정원이 만약에 자료를 이렇게 공개만 해 준다면 내가 밝힐 수 있다, 이런 얘긴데요. 국내에 안철수 의원만큼 전문가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측면에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 박재홍> 세번째는요?

◆ 김성완> 마지막 세번째는, 국정원이 자신의 요구를 절대 받을 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감안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국정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까, 그 말은 즉 백지신탁 할 일도 없다, 이런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은 정치적인 강수를 두는 액션인 측면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이런 해석인 것 같네요.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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