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왜 '암살'인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하기 때문

일본에 요구하기 앞서 친일청산 노력부터 반성해야

※ 이 기사는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암살 포스터
영화 암살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한 이후 일주일만인 28일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속도이다.

암살은 일제시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수행하는 독립군 저격수와 임시정부 요원, 전문킬러들이 한데 얽히면서 스릴러물처럼 전개된다.

자칫 엄숙한 시대물로 남을 영화를 좋은 시나리오와 적당한 긴장, 해학으로 빚어낸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다소 만화같이 예쁘고 멋진 배우들이 암살자로 나서 현실감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너무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오히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독립군들의 활약에 숙연해진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가 소리없이 사라져 간 선열들의 목숨의 댓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끝부분에 가면 분노감을 느끼게 한다. 독립군을 밀고하고 출세의 길을 택한 친일파 염석진(이정재 분)이 반민특위 재판에 회부돼 내뱉는 궤변 때문이다.

자신의 친일 반민족 행위가 오로지 조국과 민족을 위한 것이란다. 자신의 친일행위는 적당한 포장과 증거조작으로 애국행위로 둔갑한다.

어디서 익히 보던 장면아닌가? 한때 이런 역사적 사실조차 금지서적을 통해 몰래 알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결의에 찬 미소를 짓는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 (사진=영화 '암살' 스틸컷)
반민특위라는 단어만큼 우리 역사에 회한과 분노를 남기는 단어는 많지 않다.

반민특위는 광복되고 나서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 1948년에 만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말한다.

반민특위의 역사적 종결은 우리 근현대사 질곡의 시작을 의미한다.

반민특위는 이승만 정권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받으면서 국회프락치 사건과 특경대 습격사건으로 제대로 활동도 못 하고 해산되고 만다. 친일파 청산보다 반공이 우선이라는 레드컴플렉스는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친일세력이 정치·경제·사회·관료조직까지 모두 지배세력으로 군림하면서 오늘까지 이어져왔다.

청산되지 않은 오욕의 역사가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씨앗이라는 사실을 영화 암살은 무엇이 새로운 저격대상인지를 알려준다.

친일파 염석진과 강일국(이경영 분)은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독립군 안옥윤(전지현 분)의 총탄에 결국 처단된다.

영화에서 "친일파 한두 명 죽인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라고 묻는다. 이에 독립군 암살자들은 대답한다. "그래도 우리가 아직도 싸우고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우리는 늘 일본에게 요구한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그러나 일본의 외교적 무시만 돌아온다.

그래도 우리는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친일파를 색출하고 처벌하는 일과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리는데 얼마나 전투적이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끝까지 싸우고 있는 모습을 역사책에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암살에서 독립군 저격수들은 잘못된 역사와 싸우는 임무를 끝까지 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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