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내부문건 "현행 선거제도 최대 수혜자는 우리"

"권역별 비례대표제 불가, 현행대로 선거해야"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이 내부 문건에서 스스로를 "현행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라고 규정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여당의 현재 의석점유율에 대해 "과대 대표"라고 자인한 구절까지 등장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정수 300인 중 지역구에 246석을 할당하고, 나머지 의석에 대해 득표비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할당하는 방식이 '여당에 가장 유리하다'는 자체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런 판단은 '선거법 개정 불가' 논리로 귀결됐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지난 27일 제안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 규모(20석) 이상의 의석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현행 선거법의 최대 피해자가 5석의 군소정당 규모에 머물고 있는 정의당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 與 '대외비' 문건서 "새누리, 현 선거제에서 '과대 대표' 정도 가장 커"

여당은 야권이 요구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지난 19대 총선에 적용해 주요 정당의 이해득실을 예측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대외비' 문건으로 작성했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시뮬레이션' 문건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따르게 되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건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19대 총선에 적용해본 결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의석점유율은 각각 평균 3.98%, 3.44%씩 감소한 반면, 통합진보당은 6.0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되면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수 의석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야권이 도입을 요구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서울, 경기인천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호남제주 등 5~6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정치연합의 경우 영남에서 득표율이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득표율을 상회하기 때문에 유리하며, 정의당의 경우에도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기 때문에 역시 유리하다.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는 점유율 기준으로 새누리당이 영남에서 7.73% 감소하고, 호남에서 0.84% 증가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통합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은 영남에서 4.93% 증가하고, 호남에서 3.18% 감소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얻는 의석수는 상징적인 수준인데 반해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은 영남에서 의석이 대폭 신장된다"고 평가했다. 또 "지역주의 완화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고도 분석했다.

권역별 비례대표가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당에는 불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문건은 이와 같은 소결론을 토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대결론에 도달했다.

문건은 '결론' 구절에서 "새누리당은 현재 지역구 비례대표 병렬식 선거제도, 소선구제 하에서 과대 대표되는 정도가 가장 큰 정당"이라며 "현행 선거법의 최대 수혜자 정당"이라고 명시했다.

스스로를 절대적으로 공정한 대표성을 기준으로 할 때 '과대 대표', 즉 뻥튀기된 의석수를 보유한 정당으로 묘사하고 있는 셈이다.

◇ "권역별 비례, '절대 불가'"…이미 당론 정하고 야당과 협상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의 손해가 분명하기 때문에 여당은 지도부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자료를 회람한 뒤 '권역별 비례대표 절대 불가' 입장을 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시뮬레이션은 지난 5월에 보고됐다. 즉 이미 2개월 전에 실증적 자료를 근거로 "현행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야당과의 협상에 임해왔다는 얘기다.

여당 내 공천업무를 담당하는 황진하 사무총장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혁신안인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비판한 배경에는 이런 속사정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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