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한 장남, 진압한 차남, 통제력 상실한 아버지

장차남 지분율 비슷해 '형제의 난' 불씨 여전…열쇠는 신격호 회장의 건강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운데),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그룹 주도권에서 밀려났던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60) 회장을 상대로 벌였던 쿠데타가 하루만에 진압되면서 롯데의 '신동빈 체제'가 재확인됐다. 하지만 신 씨 형제의 그룹 내 지분이 호각세라는 점, 그간 내부를 통제해왔던 신격호(93)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점 등은 여전히 롯데가(家) 후계 다툼의 불씨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전날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에 '의해' 일본 도쿄로 건너갔다. 그리곤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신동빈 체제' 하의 임원 6명을 해임했다. 아버지를 업고, 차남 체제에 대해 장남이 쿠데타를 벌인 셈이다.

이에 차남 신동빈 회장은 곧바로 정식 이사회를 열어 기존 임원들의 지위를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진압에 나섰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발표라고 해도, 해임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아 무효라는 것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신동빈 회장이 진압 과정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해임시켰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절대권력이자 자신에게 후계 자리를 넘겨준 아버지지만, 장남 편에 서서 벌인 활동은 묵과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해 12월부터 그룹 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위치를 축소시키고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등 '신동빈 원톱', 차남 후계구도를 정리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장남이 벌인 쿠데타에 동원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체제 구축 작업이 오랜 시간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행동은 '고령에 따른 판단력 상실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의 상태에 대해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다는 것 외에 건강상태 등 다른 부분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 신 회장의 예측불허 행보에 대해 "신동빈 체제는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그룹 측은 '신동빈 원톱 체제'를 재확인하는 자료를 부랴부랴 내놓는 등 사태를 관리하고 나섰지만 신 씨 형제가 가진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고려했을 때 제 2, 제 3의 '형제의 난'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일단 장차남 모두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광윤사의 지분을 29%씩 갖고 있다. 광윤사 밑에, 역시 한일 롯데그룹의 키인 일본롯데홀딩스에 대해서도 장차남 지분이 비슷하다. 차남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은 지분이 아니라, 광윤사 밑에 있는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어서다.

현 구조에서 문제 해결의 키는 광윤사 지분 3%를 가지고 두 아들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해온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다시 신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다.

신 총괄회장은 한일 롯데그룹 모두에 대해 보고를 직접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5월 휠체어에 의지해 롯데월드타워를 찾는 등 최근 거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매년 고향에서 열던 마을잔치가 올해 중단된 데에도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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