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세습' 한국 재벌과는 다른 '기부천사' 해외 부자들

그룹 승계를 둘러싼 롯데그룹 2세들의 분쟁이 가시화하면서 재산 대부분을 사회로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해외 부자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 사례에서 보듯 한국의 재벌가에서는 '상속형' 부자들이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다툼도 불사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는 자수성가로 부를 모은 많은 해외 자산가가 재산을 자식이 아닌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사례와 대비된다.

30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억만장자 가운데 상위 10명(전날 기준)은 모두 자수성가로 재산을 모은 거부들이었다.

자산 순위 1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852억 달러·99조2천600억원)였다.

스페인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패션그룹 공동창업자(707억 달러·82조3천억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671억 달러·78조1천억원)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9위에 오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자수성가로 재산(425억 달러·49조5천억원)을 모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갑부들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재벌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보유 자산이 1조원 이상인 '슈퍼갑부'는 모두 35명으로 이 가운데 상위 10명은 모두 재벌가 출신의 '상속형' 부자였다. 현재 '왕자의 난'으로 불리며 한국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주인공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도 포함됐다.

한국의 재벌이 주로 부모의 재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막대한 유산을 자녀들에게 남기지 않는 부호들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빌 게이츠 부부는 재산 가운데 대부분은 부부가 이끄는 자선재단에 기부하고 세 자녀에게는 각각 1천만 달러(116억원)씩만을 상속하기로 했다.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워런 버핏은 올해에도 28억4천만 달러(3조2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사회에 내 놓았다.

버핏은 2006년부터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과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4개 재단에 꾸준히 주식을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버핏의 기부금 총액은 255억 달러(29조7천억원)에 이른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기부 약속은 다른 억만장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버핏과 게이츠는 2010년 억만장자들에게 최소 50%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호소하는 이른바 '기부 약속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저커버그 등이 기부를 약속했다.

올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죽기 전에 8억 달러(8천840억 원)에 육박하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세계 34위 부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자신의 전 재산인 320억 달러(35조8천56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해외 부호들이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자녀가 물려받은 거액만 믿고 빈둥거리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 심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슈퍼 리치들은 자신들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자녀 양육 등을 위해 조성한 신탁펀드가 없어야 자녀들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으로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빌 게이츠 부부가 세 자녀에게는 각각 1천만 달러씩만을 상속하겠다는 것은 이 같은 액수는 자녀가 무엇이든 충분히 할 수 있는 액수이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지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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