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롯데를 비롯한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오너 일가 외에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수십 년간 신격호 총괄회장의 '입과 귀' 노릇을 해온 인물이다.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그는 1987년 롯데쇼핑 관리이사와 영업본부장을 거쳐 1998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고 2007년부터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자리를 맡아 신동빈 회장을 보좌했다.
공격적이고 서구적인 경영 스타일의 신동빈 회장이 주요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스타일대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의견을 제시하며 신동빈 회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19년째 롯데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국내 500대 기업중 최장수 CEO다.
그는 눈빛만 봐도 신 총괄회장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아흔 살이 넘은 고령인데다, 지난해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부회장직에서 해임되고 신동빈 회장이 한일 양국 롯데를 장악하는 상황이 되자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는 신동빈 회장 측으로 '노선을 정리'한 것으로 롯데 안팎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달 중순 한국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의 해임을 지시하는 인사명령서를 쓸 당시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과 함께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원 부회장과 달리 황각규 사장은 애초부터 신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되며 그룹에서 '포스트 이인원'으로 불렸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뒤 2003년 롯데그룹 국제팀 상무를 거쳐 2014년부터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맡고 있다.
일본에서 살던 신동빈 회장이 한국으로 건너와 호남석유화학에서 일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최측근이라는 게 롯데 관계자의 설명이다.
황 사장은 롯데그룹 인수·합병(M&A)과 외국시장 개의 핵심 인물로 그룹내 최고 '전략가'로 꼽히고 있다고 롯데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브레인'으로 일컬어지는 그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밀려나는 과정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