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을 맞는 광복절이 하필 토요일인 탓에 국민들이 공휴일 하루를 날려버린게 안타까웠던지, 14일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사례를 보니 재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일월드컵이 폐막한 다음 날인 지난 2002년 7월 1일은 우리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지정됐고, 88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7일도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1969년 7월 21일도 공휴일로 지정됐는데, 그날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날입니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의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날을 뭣 때문에 임시 공휴일로 지정을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이역만리 한국에서 미국 달 착륙 덕을 톡톡히 본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1974년 8월 19일과 1979년 11월 3일은 각각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의 국장이 치러지면서,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휴일 하루 더 생기는 것이야 일상이 빡빡한 직장인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휴일 지정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 말들이 많습니다.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과 금융계는 벌써부터 동참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임시공휴일은 관공서와 공공기관, 학교 등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곳에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에서는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대기업들이야 정부의 방침을 거스르기가 껄끄러울 수 도 있고, 하루 정도 휴일을 늘리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의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 판국에 미리 시간 여유를 두고 결정한 것도 아니고 불과 일주일을 남겨두고 하루를 쉬라니, 일정 조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 뻔합니다.
영세 자영업자들 역시 공휴일과는 상관없이 가게를 열어야 할 것이고, 취직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은 상대적인 박탈감만 느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루 정도 더 쉰다고 침체된 경기가 얼마나 회복될지 잘 모를 일이고, 해마다 맞는 광복절에 70주년이라는 의미를 덧붙이기에는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기간에 여유라도 있으면 모를까 임시공휴일에 대처할만한 시간도 촉박합니다.
이번 공휴일 지정이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는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극화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즈음, 삼복염천에 남들은 하루 쉬는데 비지땀 흘리며 출근길에 나서야하는 직장인들도 있다는 사실을 청와대나 정부, 여당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