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오늘 방북, 남북관계 돌파구 열리나

우리 정부 "메시지 없다"지만, '김정은 메시지' 전달될 가능성

이희호 여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3박 4일 일정으로 5일 방북한다. 정부는 "개인 차원의 방북"으로 격하하고 있지만, 초청자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란 점에서 북측의 '대남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도 없지만은 않다.

이 여사는 이날 이스타항공을 타고 서해 직항로로 북한에 들어가, 평양산원, 애육원, 아동병원, 묘향산 등을 둘러보고 8일 귀국한다. 이 여사의 방북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이래 3년 7개월 만이 된다.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거나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어내는 평화의 길, 통일의 길이 되길 희망한다"(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부가 '이 여사는 대북 메신저가 아니다'라고 천명했기 때문에, 이번 방북이 남북 대화복원의 직접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통일부는 지난 3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 여사가 방북하신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지만, 우리가 특별히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최근 이 여사를 예방해 "특별히 전해 드릴 메시지는 없다"고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이 이렇게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만큼, 이번 방북이 대화 재개의 물꼬로 활용될지 말지는 북측의 태도가 결정짓게 된다. 방식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 여사를 만나, 관계 개선의지 등 대남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일단 이번 방북이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여사와의 면담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김정일 위원장 3주기 조화에 대한 감사인사를 하면서 "내년 좋은 계절에 꼭 평양을 방문해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 기대한다"고 적은 친서를 이 여사에게 보낸 바 있다.

다만 북측이 6·15남북공동행사 협의를 무산시키고 세계군인체육대회 불참을 통보하는 등 연이어 접촉을 거부하고 있어서, 북측의 의지로 과연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측으로서는 이 여사가 어쨌든 '역사적인' 6·15 남북 정상회담의 당사자였던 만큼, 남북의 화해 협력을 내세운 상징적 행위를 이번에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게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적 구두메시지로 구현될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정치적 의미 부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방북이 대화의 물꼬가 되리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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