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단순한 주가 변동성을 넘어서 롯데그룹 자체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쇼핑의 가격은 현재 처한 롯데 계열 기업들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상장된 롯데그룹 주식 중 가장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쇼핑의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3.17%가 빠지면서 24만 4000원을 기록하며 2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롯데쇼핑의 라이벌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각각 2.16%와 0.34%의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롯데 계열사들은 하나같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롯데케미칼이 13.63% 하락하며 폭락세를 보였고 롯데제과는 1.39%, 롯데칠성은 6.85%를 비롯해 롯데손해보험(-2.53%), 롯데하이마트(-2.49%), 롯데푸드(-0.11%)등 롯데 계열사들은 일제히 하락세에 동참했다.
종가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이날 하룻 동안 계열사들의 주가가 널뛰기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롯데제과는 장중 7.55%, 롯데칠성은 10% 넘게 주가가 빠지다가 가까스로 낙폭을 줄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로 경영권 분쟁이 공개될 당시만 하더라도 롯데 계열사들의 주식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알려진 다음날인 29일 6.55%, 그 다음날인 30일에도 5.74% 상승하면서 종가가 25.8000원까지 치솟았다.
드러나지 않았던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명확해지면서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의외로 반등하던 주가는 31일 2.33%, 3일 3.27% 빠지면서 앞선 상승분을 모두 탕진하고 상승전 가격으로 돌아섰다.
거래일 연속 주가가 크게 빠졌던 롯데그룹 관련사들의 주식은 4일에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롯데제과가 소폭상승하는 등 반등하는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증권계에서는 주가상승이 하락으로 반전한 시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이전투구가 전면전으로 확대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 자체를 꺼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롯데그룹의 실제적인 지주사인 호텔롯데가 비상장사여서 향후 지배구조 전망이 쉽지 않았었는데 이제 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형제의 난'이 롯데 계열사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기업 이미지 전반에 걸친 부정적 영향이다.
실제로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신동주 전 롯데 홀딩스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어 대화가 공개되면서 국민들은 롯데그룹의 한국기업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경영권 분쟁을 통해 기업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게 됐다는 점이 장기적으로 봤을때 가장 부정적인 영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