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를 일부러 가지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중간에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작품도 있었죠. 무엇보다 100% 열정을 쏟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어요. 지쳐있었고, 의욕이 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배우를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은동이를 만났죠.”
김사랑은 그렇게 ‘사랑하는 은동아’를 만났다. 극중 톱배우 지은호(주진모)가 20년간 찾아 헤맨 첫사랑 지은동과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하반신 불구 남편과 열 살 아들 라익이와 살아가는 서정은을 동시에 연기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화려하고 도도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김사랑에게 은동이는 새로운 도전이자 과제였다. 외면적인 변화는 물론, 조금씩 기억을 찾아가며 겪는 내적 갈등과 모성애를 표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드라마 종영 후 3.5kg가 빠졌다”고 털어놨을 정도니 말 다했다.
“편지를 읽고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고 쓰러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정말 몰입이 잘 됐어요. 저절로 손이 떨리는 걸 보면서 스스로 신기할 정도였죠.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넘어지면서 발톱이 깨지고 무릎이 다쳤는데도 전혀 알지 못했어요. 촬영 끝난 뒤에야 다쳤다는 것을 알았죠.”
“기대했던 것보다 큰 사랑을 받게 돼 기뻐요. 작품을 하면서도 힘을 많이 받았죠. 이전까지 작품을 연달아 하는 분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은동이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걸 보면서 바로 작품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이런 느낌은 데뷔 후 처음이에요. (웃음).”
그렇다고 조급하게 움직일 생각은 없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여배우가 됐지만, 김사랑은 나이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줄 아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면 제가 4년을 쉴 수 있었을까요?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는 건데, 우울하게 생각해서 좋을 건 없잖아요. (웃음). 아직 차기작은 정하지 않았어요. 당분간은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고 여름이라는 계절을 마음껏 즐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