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신생학교 교장의 인사 전권이 성추행 부추켜

"제식구 감싸기 온정주의가 성추행 피해 키웠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잇딴 성추행과 관련해 신생학교 교장의 인사권과 그에 따른 '제식구 감싸기'가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형태 전 서울시의원은 5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신생학교 교장은 교감과 교무부장에 대한 강력한 인사권을 갖는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학교를 조기에 안정시킬 수도 있지만 '제식구 감싸기'를 할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새로 생긴 중고등학교는 공모를 통하거나 혹은 시교육청의 인사 발령으로 교장이 선임된다. 이 교장은 일반 학교와 다르게 학교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교감과 교무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학교가 새로 만들어진 만큼 기틀을 다져 달라는 의미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경우 교장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함께 손발을 맞춰 일하며 학교를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A고등학교처럼 비리가 발생했을 때 규정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적주의와 온정주의에 빠져 사건을 쉬쉬하기 급급하다는 분석이다.

또 현재 이뤄지고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성희롱 예방교육은 교육청 보고용 서류에 '교육을 받았다'는 의미로 서명만 하거나, 간단한 강의만 듣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어떤 행위가 성추행에 해당되는지부터 교육해야 한다"며 "적발될 경우 어떤 처벌과 불이익을 받는지 알아야 하는데 현재의 교육은 이들 모두가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교사 간 성 관련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경찰 등 관계기관과 교육청 등 상위기관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 학교가 교육청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지만 교직원은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5명의 이전 근무지 등에서 성폭력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 전 의원은 "이전 근무지를 대상으로 한 피해 조사는 적극적 제보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 중에는 이미 졸업자도 있고 교사들도 5년 마다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학생회와 교사회, 학부모회 등 교육 주체간의 상호 견제와 감시,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 등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을(乙)'의 견제를 받지 않고 학교 운영을 전적으로 도맡고 있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학부모과 교사들은 불이익을 받을까 목소리를 내지 못해 학교 운영의 선택권이 없다"며 "학생회와 교사회, 학부모회 등으로 구성된 학교자치회가 서로 건강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민주적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 등 교사 5명이 동료 여교사와 여학생 등 130여 명을 성추행·희롱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