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백방으로 뛰며 사고원인 수소문
-간부들 보여주기식 행사에 희생당해
-CPR도 간호조무사가 아닌 경찰이 했다
-효성 지극했는데 휴가 전날에 숨져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피해자 유족),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8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천의 한 경찰서 소속의 의경이 폭염 속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축구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졌습니다. 오늘 사망한 의경의 유족을 만나서 어떤 입장이신지 들어보고요. 이어서 전문가에게 문제점은 없는지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유족의 경우 인터뷰 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연결한다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나와 계시죠?
◆ ○○○>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힘드셨을 텐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돌아가신 최 모 의경과는 어떤 관계이신 거죠?
◆ ○○○> 저는 사촌형입니다.
◇ 박재홍> 그러시군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습니까. 처음에 사고 소식 들으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 처음에는 저희한테 현장에서 어떤 조치를 했는지 그런 걸 자세하게 알려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백방으로 뛰면서 정확하게 어떤 조치를 받았고, 어떻게 대응을 해서 목숨을 잃게 됐는지 정확하게 조사를 해 왔는데요. 그 결과 저희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고 대응이 미비했던 부분들이 많이 밝혀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함께 생활했던 동료 의경들도 만나시고 대화를 하신 건데요. 어떤 문제가 제일 컸었나요?
◆ ○○○> 우선은 저희가 생각하기로는 왜 이렇게 더운 날 그렇게 훈련을 무리하게 진행을 했었어야 됐는가라는 게 의문이고요. 그리고 왜 제대로 응급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는지, 그 부분이 가장 답답한 점입니다.
◇ 박재홍> 그리고 ‘당시에 경찰서장이 현장에 찾아와서 무리하게 축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 ○○○> 제가 듣기로는 사촌 동생이 경기를 뛴 시간만 해도 예선 전반 20분과 예선 후반 20분, 그리고 결승 전반 20분, 결승 후반 10분을 뛰다가 사고를 당했는데요. 점심시간을 확보하고 점심을 먹고 쉰 뒤에 경기를 하든가 했었어야죠. 그런데 내빈도 와 있고 체육대회 간부들이 구경을 와 본부석에 앉아 그늘에서 쉬면서 체육 경기를 보고 있었으니까 보여주기식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빨리 경기를 진행하고 하려고 했던 게 문제가 커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VIP들이 와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경기를 많이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좀 쉬는 시간을 주지 않고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했다는 말씀인가요?
◆ ○○○> 네.
◇ 박재홍> 그리고 경찰 측에서는 이미 응급상황에 대비해 병원 측에 구급차를 요청을 했다는 주장인데요. 막상 구급차 안에는 정확히 조치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계신 거죠?
◆ ○○○> 네, 맞습니다. 그나마 있던 간호조무사도 바로 오지 않아서 같이 있던 의경들이 너무 답답해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발이 빠른 의경이 가서 간호조무사에게서 구급상자를 뺏어서 달려왔고요. 그런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사람한테 그 구급상자 안에 있는 어떤 걸로 살릴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의료진이 아니라 일반 경찰분들이 CPR(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제 동생을 구급차에 실어서 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구급차마저도 간호조무사는 타지 않고 병원에 올 때까지 운전기사분과 제 사촌동생과 경찰관 세 분이 타고 왔다고 들었습니다.
◇ 박재홍> 종합해 보면 의료진들의 조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동생이 결국 사망하신 건데요. 동생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 ○○○> 이모님하고 이모부님에게 굉장히 효심이 깊은 동생이었고. 사실은 그 다음날이 휴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모님한테 전화해서 휴가 때 나가면 영화도 같이 보고 하자고 했던 동생인데 그렇게 정말 살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불의의 사고로 죽은 게 참 안타깝습니다.
◇ 박재홍> 어머니도 다음 날 휴가 나올 아들을 기다리고 계셨을 텐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어요. 지금 유족들의 바람은 뭡니까?
◆ ○○○> 저희는 이렇게 정말 살릴 수도 있었던 목숨을 허무하게 보낸다는 게 납득이 안 되고요. 앞으로는 이렇게 허무하게 한 목숨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확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해 줬으면 해서 이렇게 전화통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 박재홍> 감사합니다. 바람대로 명확한 조치가 취해지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폭염 속에 축구를 하다가 사망한 의경의 유족을 만나봤습니다.
◆ 강태언>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구급차에 의료인에 해당되지 않는 간호조무사가 타고 있었는데요. 결국 응급처치를 못 받아 숨진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닙니까? 구급차에 간호조무사만 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가요?
◆ 강태언>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 내지 법규가 지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응급상황에 대비해서 응급차에 의료인을 배치하는 규정이 없는 거죠. 의료법이나 관련 응급의료법에 의하면 응급환자가 발생해서 환자를 이송할 때는 구조자 내지는 의료인들이 동행하도록 그렇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이미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인 거죠. 다만 지금 이 사고처럼 응급상황이 벌어질 걸 대비를 해서 응급차나 의료인을 배치하도록 하는 강행 규정이 없다는 거죠.
◇ 박재홍> 그러면 사전에 이런 행사 때 그냥 간호조무사를 배치하는 게 병원이나 구급업체, 그리고 행사 주최측이 서로 용인을 하거나 혹은 그런 낮은 수준의 가격으로 계약을 하는 관행이 좀 비일비재한 건가요? 어떻게 보십니까?
◆ 강태언> 제가 알기로는 이 사고는 해당 지정 병원이 지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만약에 지정병원이라면 거의 협조공문에 의해서 협조해 주는 체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고요. 그런 전제조건이라면 서로 쌍방간에 계약에 의해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보니까 일정 비용을 지급한다거나 일정 수준의 의료진을 파견한다든가 그런 규정도 전혀 없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걸 강제할 수 있는 그런 규정도 없는 거죠. 이게 상당히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얼마든지 서로 용인될 수 있는 상황이 있는 거죠. 그걸 강제하고 있는 강행규정이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요즘 이런 안전문제가 계속해서 심각하게 나오고 있습니다마는 이런 응급체계에 대해서도 보완점이 필요해 보이네요. 사무총장님, 어떤 게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 강태언> 결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구급차를 배치할 때는 그 구급차에는 어떤 인력과 어떤 장비들이 배치되어야 하고 또 의료진을 배치할 때는 어떤 수준에서 배치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 사실 필요한 거죠. 그걸 위반하지 못하도록 강행규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법을 만드는 것들이 굉장히 시급한 상황인 거죠.
◇ 박재홍> 강제규정이 더 수준 높아져야 한다는 그런 지적을 해 주셨네요.
◆ 강태언> 네.
◇ 박재홍>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강태언>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의료소비자연대의 강태언 사무총장이었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