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왜 이렇게 잘 쳐?'…그레인키니까~

"나도 무서운 타자라고..." 잭 그레인키가 홈런 포함 3안타를 쳤다. (홈페이지 영상 캡처)
메이저리그에는 아메리칸리그에만 지명타자 제도가 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투수들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차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투수가 타석에 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로 잭 그레인키(LA 다저스)다.

그레인키는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가운데 하나다. 2009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았고, 올해는 6일(한국시간)까지 10승2패 평균자책점 1.41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내다보고 있는 투수다.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가 주춤한 사이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그레인키는 7일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6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올해 자신의 최다 실점이었다. 평균자책점도 1.71로 치솟았다.

하지만 다저스가 10-8로 이기면서 승리는 챙겼다. 바로 방망이로 힘을 보탠 덕분이다.


시작부터 흔들렸다. 1회말 첫 타자 세자르 에르난데스에게 기습 번트를 허용한 뒤 송구 실책까지 범했다. 무사 만루 위기에서 라이언 하워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무사 1, 3루에서 도미닉 브라운드에게 3점 홈런을 맞고 1회말에만 5실점했다. 무엇보다 타선이 1회초 3점을 뽑아준 터라 아쉬움이 남는 투구였다.

덕분에 타석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그레인키는 "1회가 끝난 뒤 정말 미쳐있었다. 덕분에 더 잘 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보통은 투구에 초점을 맞추지만, 오늘은 점수가 필요했다. 타석에서도 잘 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레인키는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를 때린 뒤 홈까지 밟았다.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데이비드 뷰캐넌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렸다. 스윙 후에는 방망이 던지기(배트 플립)까지 했다. 그레인키는 6회초에도 안타를 치며 3타수 3안타로 타격을 마쳤다.

돈 매팅리 감독은 "오늘은 그레인키가 조금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했다"면서 "1회를 제외하면 그레인키는 정말 좋았다. 그레인키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물론 좋지 않은 날이었지만, 그레인키는 끝까지 던졌다"고 말했다.

그레인키는 2013년 타율 3할2푼8리(58타수 19안타)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실버슬러거상을 수상했다. 올해 역시 타율 2할2푼(50타수 11안타)을 기록 중이다. 올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홈런이 없는 타자는 24명, 그레인키보다 타율이 낮은 타자는 9명이다. 투수라고 해서 만만히 넘어갈 수 있는 타자는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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