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마케팅'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롯데

자료사진 (박종민 기자)
경영권 분쟁의 불똥이 '국적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튄 롯데가 다가오는 광복절 마케팅 때문에 고민에 휩싸였다.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계획했지만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과도한 마케팅 자체도 안 좋은 시선으로 비쳐질까 우려해서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각 계열사마다 70주년 광복절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롯데물산.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에 초대형 태극기를 설치했다. 가로길이 36m, 세로 24m에 달하는 이 초대형 태극기는 약 304m높이에 있는 70층에 부착했다.

롯데물산은 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 엠블럼과 정부 광복 70주년 엠블럼도 걸 예정이다. 롯데백화점도 정부의 광복 70주년 엠블럼을 서울 소공동점에 달았다. 다음주에는 초대형 태극기도 영플라자에 걸 예정이다. 본래 해마다 나눠줬던 태극기는 아직 배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롯데홈쇼핑은 8일부터 15일까지 공익광고 시간에 광복 70주년 기념 영상을 편성하기로 했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광복절 마케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다음주 초부터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국적 정체성 논란으로 악화된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과도한 광복절 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홍보팀 관계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죽하면 회의에서 "일장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라도 해야하느냐"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롯데 차원에선 이번 광복절을 기념해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대로 쇄신해 볼 심산이지만 그 수위와 방법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것.

특히 일본 여론도 롯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마냥 '애국 마케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말한 뒤 일본에서도 '안티 롯데'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롯데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선 광복절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면서 "영업을 하는 업체로서 악화된 여론을 살피며 마케팅 수위와 방법 등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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