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불법해킹, 흐지부지돼서는 안된다

국정원 불법해킹 사건과 관련한 진실규명이 흐지부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 검증을 위해 여야가 6일 열기로 합의했던 국정원-전문가 기술간담회가 결국 무산됐다.

이 간담회가 성사된다고 해서 진상 규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국정원이 안보라는 이름으로 진상규명에 차단막을 치고 있고 여당은 이런 국정원을 옹호하며 정치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이 언제부터 누구의 지시로 RCS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했는지 또 그동안 RSC를 통해 누구를 해킹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국정원을 감시할 수 있는 국회 정보위에조차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내국인을 상대로 한 해킹은 없었다는 말을 믿어달라고 할 뿐이다.

국정원의 해명대로 대북용으로 사용됐고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이 없었다면 해킹 프로그램의 도입과 운용과정에 개입했던 국정원 직원 임모 씨가 자살을 할 이유도 없다.

말로만 믿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이 스스로 자료를 제출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불법 해킹이 있었는지도 문제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국정원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운용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초법적인 기관이 아닌 한 감청이나 해킹이나 반드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안보 또는 기밀이라는 이유로 불법과 탈법이 용인돼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국정원이 관련된 각종 의혹에서 국정원은 대북용 또는 안보용이라는 이유로 명확한 진상규명을 회피해갔다.

그 결과 국정원이 국민의 정보기관이 아닌 정권 차원의 정보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선거 댓글공작 사건이나 서울시공무원간첩 증거조작 사건도 같은 이유로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진상이 규명되지 않으니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정원이 외국의 해킹 전문업체에게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밀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밝혀져야 한다.

국정원의 해명대로 RSC의 도입이 대북용이고 연구용이었다고 하더라도 공개된 이메일을 보면 이탈리아의 해킹팀이 국정원의 정보활동에 대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적지 않다.

프로그램의 설치와 운용과정에서 국정원의 기밀이 해외로 유출됐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안보를 이유로 진상규명을 회피하거나 정치공방으로 끌고 가는 것은 국정원 내부의 문제점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나중에 더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도입과 관련한 의혹이 또다시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된다.

여당도 국정원 감싸기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국정원의 불법과 탈법을 감싸고 나가는 것이 단기적인 권력안보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가 안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화되는 것은 국가안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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