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內 피해 가족 권고안 거부…"삼성과 직접 협상"

황상기·김시녀씨 반올림 입장 반대…삼성전자 백혈병 후속 조정 난항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등 질병 보상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 모두가 조정위 권고안을 거부하고 나섰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대책위'(가족위)가 권고안을 반대한 데 이어 권고안에 찬성했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교섭단의 대표이자 피해 가족이었던 황상기씨와 김시녀씨마저 조정위원회의 중재 권고안에 거부, 삼성 측과 직접 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9일 반올림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는 "황상기, 김시녀는 7월 23일 조정위원회에서 보상권고안을 낸 것을 거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피해자의 마음을 담지 못한 조정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삼성은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조정위 권고안대로는 신속한 피해보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씨와 김 씨는 반올림에 남아 있던 피해가족 2명이다. 황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고, 김씨는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한혜경씨의 어머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던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 8인 중 6인은 가족대책위원회로 분리해 별도로 가족위를 꾸려 삼성전자와 피해 보상 등 협상을 벌였다. 황 씨와 김 씨만 반올림과 뜻을 같이 해온 것이다. 그러나 황씨와 김씨마저 반올림에서 이탈하면 반올림은 백혈병 피해자의 직접 당사자가 모두 이탈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구성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6개월의 조정 끝에 "출연금 1000억원의 공익법인 설립"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반올림은 이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가족대책위는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보상을 신청하라는 것은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라며 공익법인 설립을 비롯해 법인 발기인 구성, 보상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삼성전자도 "신속한 해결을 위해 1000억원을 사내에 기금으로 조성해 협력사 직원들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하고 예방활동, 연구활동 등에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정위원회가 권고한 사단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 보상을 실시하려면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상설기구와 상근인력 운영 등 보상 이외의 목적에 재원의 30%를 쓰는 것보다 가급적 많은 피해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 조정위는 오는 17∼21일 중 교섭주체들과 개별 비공개 회의를 여는 등 후속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가족위와 황 씨와 김 씨도 삼성과 직접 교섭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추가 조정위가 열릴 가능성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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