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DMZ 지뢰사고, 북한 도발로 확인"

"수색대 겨냥, 목함지뢰 매설…천안함 때 어뢰, 이번엔 지뢰 도발"

국방부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지난주 경기 파주시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는 북한의 도발 탓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 감시사각 지역에 은밀히 침투해 지뢰를 매설하고 도주했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10일 "지난 4일 1사단 DMZ 수색작전 중 우리 수색대원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확실시되는 목함지뢰를 2회 밟아 폭발로 중상을 입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지형상의 특징이나, 아군의 활동 및 폭발물 잔해를 분석한 결과 유실된 지뢰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아군을 위해할 목적으로 적이 매설한 게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오전 7시 40분쯤 DMZ 수색을 위해 소초(GP)철책을 넘던 김모(23)·하모(21) 하사가 폭발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쳤다. 이에 따라 군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유엔군 군사정전위원회와 공동조사를 벌였다.

수거된 잔해 조사에서 폭발물의 정체는 북한군의 목함지뢰로 확인됐다. 또 부품인 용수철이 3개 수거돼, 총 3차례 폭발이 일어났던 것도 드러났다. 하 하사가 지뢰 2발이 동시 폭발한 1차폭발 때, 김 하사가 2차 폭발 때 각각 부상했다.

군이 북한의 고의 매설이라고 결론을 내린 근거는 지형적 특성상 유실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비가 내려 유실됐다면 흙 등 부산물이 근처에 쌓였을 테지만 그런 흔적이 없었다. 또 유실지뢰였다면 현장에서 쉽게 발견됐을 것"이라며 "매설돼 있던 지뢰가 유실돼 폭발지점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고 조사단장인 안영호 준장이 사고 현장인 통문 북쪽 방향에서 통문 아래쪽 틈으로 손을 넣어 보고 있다. (사진=국방부 공동취재진)
아울러 폭발지점이 우리 측 철책 통문에 매우 가깝다는 점은 '통문을 이용하는 사람'을 노린 의도적 매설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폭발 화구는 통문을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 40㎝, 남쪽으로 25㎝ 위치에 각각 형성됐다.

북한의 지뢰 매설시점은 지난달 26일에서 이달 1일 사이로 추정됐다. 군은 "사고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적의 GP 병력이 지난달 25일 교대했다. 또 우리 수색대의 작전주기를 감안할 때 늦어도 이달 1일에는 매설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수거된 잔해가 녹슬거나 부식된 게 전혀 없고, 목함에 송진냄새가 강하게 남아 있는 점도 문제의 지뢰가 최근 매설됐다는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사고 지역에 지난달 24~26일 15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북한이 이 시기를 노려 침투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비가 오는 경우 열상감시 장비의 작동에는 일정한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군사정전위원회도 우리 조사 결과에 공감하고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폭발물이 북한의 목함지뢰라는 점은 물론, 북한의 고의 매설이라는 결론에도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도발 의도에 대해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단을 계속 요구해왔기 때문에 관련 방해공작일 수도 있겠다"며 "천안함 사건처럼 고강도 도발을 하기에 부담스러우니 이런 짓을 한 게 아닌가 한다. 어뢰가 지뢰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사의 침투장면이 기록된 영상이나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대북 압박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전협정 상 DMZ 내에서는 적대행위가 금지돼 있다.

이 관계자는 "적의 명백한 도발 증거를 사전에 확보했더라면 이번 사고도 미리 막았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구체적 증거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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