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호텔 상장 카드…형과의 대결 투트랙 대응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신 회장은 한국 롯데와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박종민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벼랑 끝에서 롯데호텔 상장 카드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동시에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본격적인 지분 대결에 나서는 등 후계 분쟁에 투트랙 대응에 나섰다.


신 회장은 11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롯데호텔을 상장한다고 밝혔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과거에도 수 차례 상장이 논의됐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로 불발에 그쳤었다.

롯데호텔을 상장할 경우 정기적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외부로부터 견제를 받는 만큼 후진적 기업 경영에 대한 시비가 줄어들 여지가 크다. 동시에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계열사들의 비율을 축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국적 논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신 회장은 "조속한 시일내에"라면서 상장의 구체적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롯데호텔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후계 경쟁 중인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다투는 부분이다.

결국 롯데호텔 상장 건은 신 전 부회장과의 후계 분쟁과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당장 오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을 해임해야 된다며 이의제기 형식으로 안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재 한일 양쪽에서 경영권을 쥐고 있는 신 회장 측은 주총 안건을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한정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안건이 무리 없이 통과돼 신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많다는 것이 확인되면, 후계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되는 수순에 들어간다.

그러나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업은 신 전 부회장 측이 주총에서 안건을 하나라도 부결시키거나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인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등기 문제를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경우 사태는 장기화되고 형제 간 난투극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미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L투자회사 9곳에 대해 이의신청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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