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가 한국 경제를 살렸고, 살릴 지도자인가…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한국 경제가 위태위태하다. 겨우겨우 현상 유지하는 형국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5% 이하)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답은 이명박 정권부터다.

그런데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정권(1998.2~2008.2)을 무능한 정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제를 망쳤다며 ‘잃어버린 10년’으로 매도했다. 새누리당은 이 구호로 선거 때마다 승승장구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본뜬 타도·배격의 정치 구호였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2007년 12월 ‘747 공약’(경제성장률 7%+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위 경제 대국) 달성을 위한 경제 대통령 구호를 내세워 보란듯이 당선됐다. 성과는 ‘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은 누구도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었다는 호평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터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그런대로 넘겼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 제공)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경제성장률은 MB 정권이 끝날 때까지 3%를 넘지 못했으며 이런 고착화된 저성장 추세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5년의 반환점을 돈 지난 2년 6개월가량 경제를 입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제를 살리자”, “경제는요”라고 외치고 있다. 작금에 이르러선 노동 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을 줄기차게 주창하는 것도 경제 살리기의 일환이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국회에 계류중인 일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여야 지도부에 촉구하고 있다. 노동 개혁과 경제 관련 법안 통과를 읍소하는 것이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라는 측은함이 들면서도 경제를 살릴 뾰족한 대책이 없는 데 따른 나름의 판단이 아닌가 여겨진다.

어쨌든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고 노동 개혁을 한다고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고 수출을 많이 하는 등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과 경제 관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나 강봉균 전 경제부총리, 이한구 의원(새누리당) 등 경제 원로들도 이런 입장에 동의한다. 한국 경제가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 삼성 이재용 체제도 별 거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종민 기자)
이유는 일단 신성장 동력, 먹거리 창출이 꽉 막혔다는 것이다. 삼성도 이재용 체제가 들어선 이후 이렇다 할 먹거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는 안팎의 거센 도전에 위기를 맞고 있다. LG와 SK 등도 마찬가지이며 재계 순위 5위인 롯데는 부자지간, 형제지간의 ‘쩐의 전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롯데는 최근 정부와 국민 여론을 무마하고자 2만 명이 넘는 신규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보나마나 구두선에 그칠 것이다.


◇ 여기저기서 '한국 경제 큰 일 났다'

대기업들 내부에서조차 ‘한국 경제 큰 일 났다’고 하소연한다. 연간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한 대기업 계열사 사장은 “미국은 차치하고서라도 기술력에서 일본에 뒤지고, 가격 면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큰 일 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 스스로 성장 동력이 없다고 한탄한다.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하지만 돈을 벌 만한 곳을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래가 불확실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아니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말로만, 보고서로만, 언론용으로만 수조원의 투자를 하고 몇 천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발표 하지만 실제로는 미적대기 일쑤다. 그러니 청년 실업이 어떻게 해소되겠으며 부의 분배가 이뤄져 소비와 투자, 생산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자료사진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와 함께 중국까지 환율전쟁에 뛰어드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가 또 한 번 중국 변수에 짓눌려야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11일에 이어 12일에도 위안화를 평가절하했다. 중국 경제가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스 사태로 촉발된 유럽발 경제 위기를 벗어나지도 못한 국제 경제의 불안정성이 중국의 환율전쟁으로 인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예고된 금리 인상 움직임은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풍’에 그칠 수 있으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태풍’으로 다가올 수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0.25%씩 연간 서너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는 관례가 있기 때문에 한국 같은 신흥국들은 두렵지 않을 수 없다. 11일 원·달러 환율이 중국 때문에 15.9원 오르며 1179.1원으로 거래를 마감하더니 12일에는 장중 한 때 1190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작금의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따른 돈의 이동이다. ‘돈은 온갖 나쁜 짓을 마다하지 않고 또 다른 돈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속성’이 있다.

◇ 국가 리더십 실종과 분열이 더 큰 문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윤창원 기자)
내부적으로는 경제를 끌고 갈 리더십이 특히 보이질 않는다. 최경환 부총리가 초이노믹스를 무기로 활기차게 출발했으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가계부채만 급증했다는 비판이 자심하다. 지난해 7월 그의 한마디엔 무게가 느껴졌으나 1년이 지난 요즘엔 힘은커녕 피곤함마저 배어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있고 외생 변수가 나쁜 점도 거론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가계부채가 가장 큰 화근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잘못되면 거의 모든 책임은 최경환 부총리를 겨냥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다.

미래학자인 최윤식 박사는 그의 책 <2030 대담한 미래1,2>권에서 “한국의 경제·금융 위기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의 위기 등과 함께 가계부채 때문에 발생할 것이고 그 시기는 2017년 말이나 2018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선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의 결속이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념과 지역, 세대와 계층, 중앙과 지역 간에 갈기갈기 찢겨지고 갈라져 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사실인데도 말이다. 이런 분열과 대립을 화합과 협치로 이끌어 국가 에너지 발산으로 승화시킬 국가 리더십은 보이질 않는다. 사실상 실종됐다. 누구 책임을 거론하기에 앞서 사실이다. 송호근 교수(서울대)는 “나라를 뒤엎지 않고서는 추락하는 대한민국호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경제, 경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천차만별이다. 오히려 대립각을 세울 뿐이다.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재계 총수들에게서,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살릴 ‘리더십’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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