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영화계의 대표 신스틸러로는 오달수 이경영이 꼽힌다. 두 배우는 최근 선보인 한국영화 기대작에 크고 작은 역할로 여러 차례 등장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시장에서도 오달수 이경영의 활약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오달수는 1000만 관객을 눈 앞에 둔 '암살'에서 킬러 하와이피스톨의 조력자 영감으로, 4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질주 중인 '베테랑'에서 형사 오팀장으로 분해 최강 신스틸러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경영 역시 암살에서 악질 친일파 강인국 역을, 13일 개봉하는 기대작 '협녀, 칼의 기억'에서 초절정 고수 역을 맡아 "이경영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가 없을 정도"라는 세간의 말에 더욱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최강 스틸러로 손가락에 꼽히는 이 두 배우에 버금가는 인물이 여름 극장가에 등장했다. 배우 진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남성 중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영화계에서, 여배우로서 신스틸러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진경의 활약은 더욱 눈길을 끈다.
진경은 먼저 영화 암살에서 악질 친일파인 남편 강인국과 달리, 독립운동가를 돕는 안성심 역을 맡아 극 초반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일본군 고위 장교 암살 작전에 실패한 염석진(이정재)을 숨겨 준 채 태연하게 담배를 태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 시대를 살아낸, 나라 잃은 슬픔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한 강인한 여성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최후의 순간에도 "죄송합니다, 마님. 눈은 좀 감아주시겠습니까?"라며 총을 들이대는 집사(김의성)의 말에 "내가 왜 자네 앞에서 눈을 감나!"라고 일갈하는 안성심의 인상적인 대사는, 연극 무대에서부터 실력을 갈고닦아 온 진경의 연기를 통해 구현됨으로써 감정 이입을 배가시킨다.
조태오 측이 건낸, 5만 원권 지폐로 가득 찬 샤넬백을 뿌리치고 서도철을 찾아간 주연이 남편에게 하소연 섞인 질타를 던진다.
"정말 쪽팔렸던 건 그 순간 흔들렸던 나 자신이야. 나도 사람이고 여자야. 알았니?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 씨는 12일 CBS노컷뉴스에 "영화 암살과 베테랑에 모두 등장하는 배우가 진경과 오달수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주연 배우들보다 두 배우를 더 많이 본 셈"이라며 "진경의 경우 지난 6월 '은밀한 유혹'까지 출연했으니 6, 7, 8월 여름 극장가에 모두 등장해 매 작품마다 호평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어 "굳이 숫자로 이야기하자면, 올여름 극장가에서 오달수는 1290만여 명, 진경은 은밀한 유혹까지 더해 1300만여 명의 관객에게 노출된 셈"이라며 "그동안 주로 남자 배우들에게 주어져 온 신스틸러, 명품조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는 점에서 진경이 올여름 극장가의 진짜 히로인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