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볼권리 침해하고 사과 없는 영등위…자폭하렴"

5년 만에 심의통과한 정치풍자극 '자가당착' 김선 감독, 소회 밝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를 상대로 대법원까지 가는 긴 법정공방 끝에 청소년관람불가로 심의를 통과한 정치풍자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선 감독이 우여곡절 끝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데 대한 소회를 전했다.

김 감독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에 완성된 자가당착이 2015년에야 결국 개봉 등급을 받았으니 만 5년이 지나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영등위는 5년 동안 참으로 끈질기게 이 영화의 상영을 막으려고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한상영가를 두 번이나 내렸고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후에도 항소하고 상고해서 대법원까지 법정공방을 끌고 갔지만, 결국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를 취소하라'는 최종판결을 받고 말았다"며 "일단 그런 꾸준한 헛수고를 해 주신 영등위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영등위 덕분에 개봉도 안했던 영화가 기사에 나오고 뉴스에 나올 만큼 유명해지지 않았던가"라는 것이 감사의 이유다.

김 감독은 "또한 영등위 덕분에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 판정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대한민국 등급역사에 또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되지 않았던가"라며 재차 영등위에 감사를 표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영등위는 '국가원수에 대한 살인적 시도' '살인무기 같은 영화' '반사회적, 반국가적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악영향' '풍자극의 금도를 넘어 정치적인 선전극' '스크래치 장시간 지속돼 일반상영관에선 상영에 무리가 있다' 등의 이유를 내세워 자가당착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기도 안 막히는 사유들로 이 영화를 상영금지 시킨 것에 대해서, 또한 그로 인해 관객들의 볼 권리가 침해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한 것에 대해서 욕을 바가지로 해주고 싶다"며 "아울러 묻고 싶다. 국민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부정한 배짱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냐고. 정권에 과잉충성하려고 했다고 솔직히 말한다면 더는 묻지 않겠지만 또 다시 '스크래치가 많아서 상영금지' 같은 되지도 않는 헛소리할 거면 자폭하라고 권해 주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자가당착에 부당하게 제한상영가 등급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점에 대해 영등위에 공식사과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등위의 입장은 "취소는 해드리지만 사과는 못한다"는 것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김 감독은 "결국 5년간의 투쟁 끝에 자가당착은 개봉등급을 받았지만 여전히 영등위의 태도는 불손하다"며 "영등위야, 법보다 위에 있는 게 국민이란다. 진정 국민의 눈높이를 위하는 심의기관이라면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쯤은 해야 하는 거란다. 그런 마음이 추호도 없다면 그냥 자폭하렴"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0년 완성된 영화 자가당착은 2011년 6월과 이듬해 9월 영등위로부터 두 차례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제한상영가 판정은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자가당착에 대한 등급분류 결정 취소 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최종판결을 통해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판정이 무효화됐다. 그리고 올해 7월 영등위에 다시 자가당착의 심의를 신청했고, 지난달 30일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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