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아니어도 음서제?…일부 기업 고용세습 여전

노동부, 개선 권고…기업 "내년에 논의 가능", 노조 '명예훼손' 고발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최근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취업청탁 논란이 구설수를 낳고 있는 가운데, 고위층이 아닌 일반인들의 '음서제' 역시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 공신이나 당상관의 자손들을 시험 없이 관리로 채용한 '음서제'처럼 대기업 임직원들의 대물림 고용 실태가 눈총을 받고 있는 것.

20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청년이 가고 싶은 100대 기업 중 노사 간 단체협약에 이른바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기업이 11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자녀와 장기근속자 자녀, 정년퇴직자 자녀가 해당 기업에 입사하려 할 경우 우선 채용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특히 한국지엠(GM)의 경우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는 물론 개인 신병으로 퇴직한 사람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조항에 대해 노사 모두 변경 의사가 없는 기업은 SK하이닉스 청주공장으로 조사됐고, 사측은 개정을 추진하나 노조가 원치 않는 기업은 ▲한국지엠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에스오일 울산공장 ▲현대위아 등 4곳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LG화학은 개정이 완료됐고, A건설 등 5곳은 개정 예정이다.

하태경 의원은 "고용세습은 청년들의 꿈을 앗아가 버린다"며 "청년들이 취업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고용세습 조항은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지난 6월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기업 11곳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개정을 권고했다.

우선 노사간 자율에 맡기되 이달 말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정명령 등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 또는 장애인 가족의 우선 채용은 '고용세습'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 측은 조항 수정이 가능한 단체협상이 2년마다 열리는 탓에 즉각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개정을 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요한데, 올해는 임금협상만 진행했다"며 "단체협상은 내년에 개최돼 그때서야 수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올해는 임금협상이고 내년이 단체협상"이라면서 "내년에 노조와 협의를 해야 개정할 수 있는데, 고용노동부가 (이런 사정을) 기다려 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지난 18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관련 규정이 있는 사업장 수를 부풀리고 현실에서 '고용세습'이 이뤄지는 것처럼 오인을 유도하는 내용을 발표했다"며 "합법적 단체협약을 불합리한 것으로 규정하는 식으로 왜곡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 발표는 대기업 노조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 '노동시장구조개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잦아들게 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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