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삼성과 함께하는 '무한도전'> 등장하겠네

방통위, <협찬고지규칙> 개정 추진 … 언론연대, "방송 사유화 조장, 철회해야"

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중.
어쩌면 앞으로 <삼성과 함께하는 '무한도전'>, <신라면 먹으며 '1박2일'>과 같은 제목을 TV에서 보게 될지 모르겠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제목 광고를 허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방통위는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협찬고지규칙)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협찬 기업의 이름과 상품명 등을 방송프로그램 '제목'에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현 <협찬고지규칙>은 방송프로그램이 협찬주에게 광고 효과를 주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제목에서 협찬주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제3조 “협찬고지는 방송프로그램 및 방송광고와 내용상 뚜렷이 구분되어야 한다”.
제5조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하여서는 안 된다”.
제6조 “협찬주 명을 프로그램 제목으로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방통위가 제시한 개정안을 보면, "협찬주 명(로고 포함)·기업표어·상품명·상표 또는 위치를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포함할 수 있다. 다만,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과 보도·시사·논평·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은 제외한다"(제6조)고 돼 있다.

방통위는 이번 <협찬고지규칙> 개정을 지난 7월 통과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영한 후속조치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발효를 앞둔 방송법 시행령은 협찬고지가 금지된 일부 협찬주의 허용 범위를 조정하고, 협찬 대상을 캠페인에서 공익행사로 확대하는 내용일 뿐 협찬고지의 근본적인 성격과 방식을 바꾸는 내용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통위는 협찬고지의 내용·횟수·위치·시간(30~45초) 등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방송 중 시도때도 없이 사방에서 협찬기업의 이름과 상품명이 포함된 프로그램 제목이 최대 45초까지 나온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방통위는 이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는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가 개정하려는 <협찬고지규칙>과 현행 방송심의규정은 서로 대립된다.

현행 방송심의규정 제46조는 “방송은 상품·서비스·기업·영업장소 등이나 이와 관련된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채널A '총각네 야채가게', 올리브네트워크 '도전! Outback It Shef'가 제목에 협찬주 명을 사용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언론연대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제목 광고’는 방송사와 기업이 ‘방송 프로그램’을 서로 사고 팔수 있도록 합법화의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청권 훼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방송의 주인은 더 이상 시청자가 아니라 협찬주가 될 것이다. 방송의 공공성을 해체하고, 방송의 사유화를 조장하는 일"이므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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