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의 고려대를 혼쭐 낸 함지훈 '내가 형이다'

고려대,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행…모비스 함지훈 고군분투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함지훈 (사진 제공/KBL)

#퀴즈 : 현역 프로농구 선수 가운데 가드가 아닌 포지션, 포워드나 센터로 뛴 선수 가운데 통산 평균 어시스트 1위에 올라있는 선수는?

#정답 : 프로농구 마니아에게는 어렵지 않은 문제다. 정답은 울산 모비스의 포워드 함지훈이다.

◇프로농구 현역 포워드 통산 평균 어시스트 순위

1. 함지훈(모비스) - 3.66개 (310경기)
2. 김주성(동부) - 2.83개 (609경기)
3. 이정현(KGC인삼공사) - 2.78개 (176경기)


함지훈은 종종 '포인트포워드'라고 불린다. 팀 내에서 파워포워드를 맡고 있지만 코트를 넓게 보는 시야나 정확한 타이밍에 패스를 하는 능력은 웬만한 포인트가드에 뒤지지 않는다.

함지훈은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300경기 이상을 뛴 베테랑이다. 경험이 풍부해졌고 여유도 생겼다. 게다가 함지훈은 파워포워드로서는 최상급의 볼 핸들링을 갖춘 선수다. 골밑에서 수비에 둘러 싸여도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함지훈의 능력은 2015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함지훈이 프로 무대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에 2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모비스와 대회 준결승전을 치른 '대학 최강' 고려대가 혼쭐이 났다.

이번 대회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강상재는 신선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206cm의 센터 이종현이 벤치로 물러난 2쿼터 초반, 신장 198cm의 함지훈은 자신보다 2cm가 큰 강상재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득점을 사냥했다.

높이, 점프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골밑에서 충분한 공간을 차지한 후 던지는 훅슛, 도움수비를 특유의 볼 핸들링으로 따돌리고 블록 타이밍을 빼앗은 뒤 던지는 골밑슛 등 함지훈의 기술을 고려대가 당해내지 못했다.

함지훈은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고려대의 '트윈타워'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높이 경쟁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함지훈은 압도적인 힘을 이용해 박스아웃을 한 뒤 여유있게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리바운드의 정석이다.

3쿼터 중반, 고려대가 2-3 지역방어를 쓸 때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은 함지훈이 드리블을 한 번 치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 순간 골밑 수비 2명이 함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돌아가는 시선과 반대 방향으로 함지훈의 손을 떠난 공이 골밑을 향했다. 동료가 받아 여유있게 슛을 성공시켰다. 순식간에 수비를 지우는 타이밍 패스는 단연 일품이었다.

함지훈은 모비스에서 출전한 선수 중 유일한 정통 빅맨이었다. 고려대는 높이에 있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함지훈을 상대로 고전했고 3쿼터까지 끌려가야 했다. 이종현과 강상재는 분명 색다르면서도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프로-아마 최강전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승부의 흐름은 함지훈 때문에 바뀌었다. 3쿼터 종료 5분 여를 남기고 4번째 반칙을 범한 것. 당시 모비스가 45-40으로 앞서고 있었다. 함지훈이 빠진 5분 동안 스코어는 52-52로 바뀌었다.

결국 고려대가 76-73으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4쿼터 중반 함지훈이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만약 함지훈이 파울 트러블에 걸리지 않았다면? 고려대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가정이다.

함지훈이 골밑에서 장악력을 발휘하자 모비스는 수많은 외곽 기회를 잡았다. 모비스의 패인은 여기에 있다. 3점슛 33개를 던져 10개 성공에 그쳤다. 4쿼터 초반 고려대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추격에 나섰을 때 박구영, 송창용의 연속 '에어볼'이 특히 뼈아팠다.

함지훈은 10점 12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어시스트 1개가 모자라 트리플더블을 놓쳤다. 최근 형만한 아우의 거침없는 공세에 농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함지훈이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형님의 자존심만큼은 세운 경기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