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는 '주체가 분명한 사과' 였고 두번째는 '재발방지 약속'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첫번째 목표는 합의문 제 2항을 통해 해결했다.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로 돼 있다.
이 합의문 조항의 주어는 '북측'으로 돼 있어서 '주체가 분명한 사과'에서 주체를 '북측'으로 확실하게 규정했다.
또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라는 표현은 목함지뢰 폭발사건이 발생한 DMZ 우리측 지역이라는 장소를 특정한 것이고 최근이라고 함으로써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건임을 명시했다.
또 '남측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이라고 표명함으로써 '사실상의 사과'도 받아냈다.
'유감'이라는 표현은 통상 국가간 외교무대에서 '사과'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남북협상에서 진짜 숨겨진 '신의 한수'는 합의문 제 3항이라고 할 수 있다.
3항은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로 돼 있다.
이 합의문 조항은 얼핏보면 북측이 이번 협상에서 얻어내고 싶어했던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과실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측으로서는 '재발방지'라는 효과를 거둘수 있는 조항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새벽 청와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가 고민한 것은 어떤 조건하에서 확성기방송을 중단할 것이냐 즉 재발방지와 연계시켜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라는 조건을 붙임으로써 여러가지 함축성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통 협상에서는 'ㅇㅇ측은 ㅇㅇ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을 담는게 일상적이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경우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단 것 만으로도 '재발방지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군 서열 1위이자 북한 전체 권력서열 2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대화의 자리로 나오게 하고 무려 3일동안이나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없게 만든 '아킬레스건'임을 입증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이런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는 하지만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조건을 붙임으로써 즉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언제라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목함지뢰도발이나 포격도발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라는 함축적인 대북 압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